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제재로 정유업과 석유화학업 등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항공업계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2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은 현 이란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추가 제재유예조치(SRE)를 다시 발효하지 않을 것을 공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정제비율이 높은 에쓰오일 등 정유기업이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제재에 따라 원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란산 원유는 콘덴세이트(초경질유)로 두바이 원유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란산 원유 수입제재로 원가 상승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정유기업은 콘덴세이트 정제설비 의존도가 높은 순서대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정유기업 가운데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컨덴세이트 설비 비중이 20%로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코스피 상장사인 에쓰오일(10.3%), SK이노베이션(8.2%) 등이 뒤를 잇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수입제한으로 정유업계에 미칠 영향이 당장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유가 동향과 거래선 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 사용 비중이 큰 석유화학업계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김용래 차관보 주재로 석유화학업계와 수출관련 기관과 함께 '이란 제재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김 차관보는 "수입선 다변화, 대체원유 확보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달라"고 석유화학업계에 당부했다. 산업부는 미국 정부에 이란 원유 수입 예외국으로 다시 인정해달라고 요청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유가가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는 이란산 원유 수입제재로 유가 변동성이 증가할 것을 대비해 국제 석유시장에 촉각을 세우며 대응태세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 해에 유류를 약 3300만 배럴 사용하는 것으로 자체적으로 추산해 사업전략을 세우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하면 손익도 3300만 달러 변동하는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해 선도, 스왑, 옵션 등 파생상품을 이용해 헷지를 하고 있다”며 “자금기획팀에서 리스크 관리 담당자들이 국제유가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의 수입 제재를 취하며 한국 등 8개국에 한정해 일시적으로 수입제재를 유예했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이란산 원유 수입제재 유예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5월3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금지된다.
이란산 원유 수입제재 여파로 2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직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65% 상승하며 65.7달러에 장을 마쳤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