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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
국내 재벌기업들 가운데 삼성가는 딸들도 경영에 참여하는 전통이 세워져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두 딸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삼성가 2세 가운데 경영에 참여했다.
CJ그룹의 경우도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에 적극 참여해 왔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도 활발한 경영참여를 통해 삼성가의 이런 전통을 다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석에 누운 지 1년이 흘렀다. 삼성그룹의 승계구도에서 삼성가 두 딸의 행보는 계속 주목을 받고 있다.
◆ 이부진 이서현, 국내 주식부호 8위로 도약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집계한 상장주식 개인주주 순위를 보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나란히 8위에 올랐다.
두 사람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각각 2조2296억 원으로 국내 주식부호 순위 톱10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상장되면서 주식가치 평가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년 동안 이 회장의 3남매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급물살을 탔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초와 비교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 이 회장 일가의 주식자산 승계율은 지난 7일 현재 약 48%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22%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승계율이 2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과 삼성SDS 주식을 7.75%와 3.90%씩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의 주식가치는 지난 1년 새 6천200억 원에서 2조3천억 원으로 276.8%, 이서현 사장은 4천800억 원에서 2조2천억 원으로 361.5%나 증가했다.
삼성그룹은 올해 3세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개편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와 금융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를,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경영을 맡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와 관련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도 큰 틀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이 만약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상사,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미디어를 맡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향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2대 경영에서 이인희 고문이나 이명희 회장이 각각 한솔그룹과 신세계그룹으로 분리된 것처럼 계열분리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 이부진, 과감한 승부사 기질
이부진 사장은 지난 1년 사이 경영인으로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꼭 빼닮은 경영스타일로 ‘리틀 이건희’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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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오른쪽)이 지난달 24일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이 사장은 지난해 호텔신라의 면세사업을 주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 사장은 추진력과 결단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10월 마카오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권을 따낸 데 이어 올해 들어 미국 면세기업 ‘디패스(DFASS)’ 인수에도 성공했다.
이 사장은 또 호텔사업을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 2곳을 열었고 2016년까지 모두 10개로 신라스테이를 확장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이 이끈 호텔신라 매출은 지난해 3조 원 가깝게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1389억 원을 내 2013년보다 40% 이상 끌어올렸다.
이 사장은 국내 유통업계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는 시내면세점사업에서 범 현대가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사장은 이 결정으로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호텔신라의 주가를 상한가까지 끌어올린 것은 물론이고 실리를 위해 적과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과감한 승부사의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사장은 오는 7월 시내면세점 입찰경쟁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주 관광산업 현장 점검차 제주시 신라면세점을 방문하자 제주까지 직접 날아와 안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사장은 면세사업에서 승승장구했지만 호텔신라의 본업인 호텔사업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장은 개인사와 별개로 대외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덩치 커진 제일모직, 이서현 경영능력 시험대 올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도 지난 1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이 회장 와병을 전후해 사업구조 재편작업을 거치며 덩치가 커졌다.
이 사장은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핵심 계열사인 데다 지난해 상장까지 한 상황이어서 이서현 사장의 경영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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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왼쪽)이 지난 1월19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신임임원 부부동반 만찬을 마치고 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
이 사장은 패션사업 부문에서 그다지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잠정실적의 경우 제일모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8억 원이나 줄었다. 경기침체 여파로 패션시장이 타격을 입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장은 그동안 해외브랜드에 밀리고 있는 국내 패션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인 빈폴아웃도어와 에잇세컨즈 등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 사장은 또 ‘K패션 리더십’을 내세워 기능성 의류의 연구개발과 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과 연동이 가능한 최첨단 남성정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사장은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남편인 김재열 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이동한 점도 이 사장에게 일어난 변화 가운데 하나다.
김재열 사장이 제일기획 경영진으로 들어오면서 이 사장의 제일기획의 경영권을 물려받으며 계열분리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사장은 지난해 말 영국 광고업체인 아이리스를 인수하는 등 제일기획의 인수합병(M&A)과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