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는 게 제 업무의 일부분이에요.”
사람들은 하찮은 존재로 취급받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지만 동시에 대부분이 그들의 존엄을 침해당했을 때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꺼린다. 정면으로 맞섰다가 상황이 더 나빠질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새 책 ‘일터의 품격'(한빛비즈)은 직원 각 개인의 가치를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직원과 조직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리더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도나 힉스는 하버드, 클라크,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분쟁 해결 과정을 가르치고 20년 넘게 중동, 콜롬비아, 쿠바 등의 분쟁 해결에 외교적 도움을 주고 있는 분쟁 해결 전문가다.
하버드대학교 국제문제센터에서 일하면서 ‘존엄 모델’을 개발해 리더십에서 존엄이 지니는 역할에 관해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일터의 품격은 사람들은 모두 소중한 존재로 대우받고 싶어 하고 그렇게 대우받을 때 그들이 지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다소 식상한 조언을 담고 있다.
다만 ‘존엄’을 관념적 개념이 아닌 갈등상황의 실질적 ‘해결책’으로 제시한다는 점이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든다.
일터의 품격은 부당한 대우, 경영진 불신, 갑횡포 경영 등 다양한 관계를 놓고 문제에 봉착한 기업과 조직에 존엄 존중이라는 본질적 접근법을 제시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 ‘프로즈어워즈(PROSE Award)' 비즈니스·경영부문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프로즈어워즈는 미국 출판인들이 그 해 최고의 연구 결과를 담은 책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저자는 수년 동안 여러 문제를 겪고 있는 기업들을 자문하며 쌓아온 깨달음을 책에 담았다.
인간의 타고난 가치인 존엄을 존중할 때 관계와 조직이 건강해진다는 상식을 직장에서, 학교에서 직접 조직문화에 적용하고 그를 통한 성과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례들로 보여준다.
저자는 행동과 태도가 업무환경의 규범을 정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직원들의 ‘존엄’을 침해하는 리더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인간은 모두 존엄한 존재로 태어나지만 이런 사실에 걸맞게 행동하는 법까지 알고 태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스스로와 타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법은 학습을 통해 습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존엄을 존중받았을 때 생겨나는 사랑, 충성심, 기꺼이 희생하려는 마음 같은 힘뿐 아니라 존엄을 침해당했을 때 촉발되는 화, 분노, 복수심 같은 강력한 힘을 이해하면 리더가 올바른 행동을 선택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존엄에 대한 인식이 깨어있는 조직은 단순히 소득을 올리는 장소가 아니라 각 구성원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로 다가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조직의 존엄문화 형성을 위한 리더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지만 사실 이 책은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변화를 위해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직원들도 서로의 행복과 조직문화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관계와 소통은 일방통행으로는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 운영에 조언을 구하고 싶은 리더가 아니더라도 일터에서 ‘품격’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는 직장인이라면 도나 힉스의 ‘원론적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