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서울 자치구 일부의 개별주택 공시가격에서 오류를 찾아 지방자치단체와 한국감정원에 조정을 요청했다.
국토부가 공시가격과 관련해 시정조치를 내린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1일부터 서울 자치구 8곳의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을 검증한 결과 주택 456곳에서 오류를 찾아 지자체와 한국감정원에 검토와 조정을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증대상은 서울시 종로구, 중구, 용산구, 성동구, 서대문구, 마포구, 동작구, 강남구다. 이 자치구는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 차이가 3%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국토부는 1월24일 전국 개별주택의 공시가격 기준인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내놓았다.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2018년 같은 기간보다 전국 평균 9.13% 올랐다.
국토부는 시·군·구청장이 최종 결정해 4월30일 내놓은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살펴본 결과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보다 지나치게 낮게 산정된 정황을 포착해 조사에 들어갔다.
예컨대 서울 용산구는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2018년보다 35.4% 올랐다. 그러나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27.75% 상승해 변동률 격차가 7.65%포인트에 이르렀다.
다른 조사대상 자치구의 공시가격 변동률 격차를 살펴보면 마포구 6.81%포인트, 강남구 6.11%포인트, 성동구 5.5%포인트, 중구 5.39%포인트, 서대문구 3.62%포인트, 동작구 3.52%포인트, 종로구 3.03%포인트다.
국토부의 조사결과 지자체가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에 맞춰 산정한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을 임의로 바꾸거나 정보를 잘못 입력·수정한 사례 456건이 확인됐다.
대다수는 개별주택 근처에 있는 표준 단독주택 대신 멀리 떨어진 표준 단독주택을 기준 삼아 공시가격을 신청한 사례로 나타났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의 한 고가 주택은 근처에 공시가격 18억1천만 원인 표준 단독주택이 있었지만 더 먼 곳에 있는 공시가격 15억9천만 원인 표준 단독주택을 기준 삼아 공시가격이 책정됐다.
지자체는 개별주택과 비슷한 ‘비교 표준주택’을 선정한 뒤 항목 22개를 담은 주택가격비준표를 적용해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을 결정한다.
김규현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브리핑에서 “개별주택과 비슷한 비교 표준주택이 여러 채면 개별주택과 성격이나 가격이 유사한 쪽을 기준으로 삼는 원칙이 있다”며 “비슷한 표준주택이 많으면 지자체가 재량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이번엔 객관적 납득이 어려운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기준에 맞춰 산정된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바꾼 사례도 발견됐다. 주택 용도를 잘못 기재하거나 바꾼 사례도 있었다.
국토부는 한국감정원과 지자체에 이번 조사로 적발된 사례를 협의해 공시가격을 다시 검토한 뒤 자치구별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통해 조정하도록 했다.
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다른 자치구에서도 오류일 가능성이 있는 사례를 찾는다면 재검토와 조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국토부 감사관실을 통해 한국감정원이 공시가격 오류를 왜 걸러내지 못했는지를 감사하기로 했다.
김 정책관은 “지자체나 한국감정원이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의변경의 명백한 사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사례는 지자체에 설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