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블록체인 진흥정책을 속속 내놓으면서 가상화폐공개(ICO) 금지를 제한적으로 풀어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 한정해 가상화폐공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5일 규제자유특구와 관련해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14곳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가상화폐공개는 신규 가상화폐를 발행해 외부 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투기의 과열이나 사기 범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그러나 부산시가 7월에 최종 확정되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의 우선협상자로 지정되면서 가상화폐공개를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지역은 블록체인에 한정해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된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을 응용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규제 적용을 미뤄주는 제도를 말한다.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가상화폐공개를 제한적으로 열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중기부는 규제자유특구제도의 주무부처다.
유 부시장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싱가포르에서 가상화폐공개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가상화폐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박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가상화폐공개를) 어떻게 하는지 검토하겠다”며 “부산은 증권거래소가 있고 금융특구로서 노력해 왔던 만큼 (부산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살피겠다”고 대답했다.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가상화폐공개의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일은 신산업 역량의 강화와 위험성 점검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기부가 앞으로 블록체인 분야의 스타트업 지원에서도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특별구역 지정을 활용해 가상화폐공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포럼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언급하면서 “규제장벽을 없애주겠다면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만 안 된다는 말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도 “정부의 가상화폐공개 금지 등에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아 불확실성이 생겼다”며 “이에 따른 부정적 요소를 가라앉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진흥기본법 제정안 2건이 최근 연이어 올라오는 등 가상화폐공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입법활동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관련 입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만큼 부처의 정책 지원과 방향성 선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은 가상화폐공개의 허용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지키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월 말 브리핑에서 “가상화폐공개의 기존 사례를 살펴보면 참여자가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봤던 사례가 많다”며 “투자자 보호를 고려하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함께 낸 ‘블록체인의 미래’ 보고서에서 가상화폐공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어 여지를 남겼다.
이 보고서에서 과기정통부는 “블록체인 기반의 보상체제나 암호화된 자산 유통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가상화폐의 유통체계도 건전하게 자리잡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