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와 박현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인연이 있는 두 사람의 박현주가 있다.
한 사람은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며 또 한 사람은 박 회장의 친여동생이자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부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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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나 다름없는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되찾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금호산업 1차 본입찰이 유찰로 결론이 나면서 박 회장은 금호산업 채권단과 단독으로 지분인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회장의 경영권 향배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박현주 부회장이 아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떠올랐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7일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금호산업 재매각 방식을 결정한다. 이에 앞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6곳으로 구성된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본입찰에 참여한 호반건설에 대해 유찰을 결정했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응찰가 6007억 원이 싸다고 판단한 것이다.
채권단은 이번 회의에서 박삼구 회장과 수의계약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채권자의 75%가 수의계약에 동의하면 박 회장과 채권단이 각각 회계법인을 정해 실사한 뒤 가격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박 회장과 진행할 금호산업 매각협상에 재무적투자자를 대표해 주도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호산업 주식의 8.8%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 의결권 지분율이 15%에 이르는 만큼 금호산업 재매각 과정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호산업 본입찰에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하는 데 앞장서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이 박 회장과 단독으로 수의계약을 진행할 경우 가장 큰 관심사는 가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데 반대한 이상 최소 매각가가 호반건설이 제시한 수준을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나설 경우 박 회장이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는 데 재무적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최대주주인 박현주 회장이 박삼구 회장과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로 돈독한 관계라는 점에서 백기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PE의 경영에서 빠져 있어 금호산업 협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분 매각과정에서 실리와 명분을 다 챙겨야 하는 입장이어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 애초 기대했던 매각금액은 9천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나서는 바람에 박 회장과 협상금액은 6천억 원을 웃도는 선에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박 회장과 협상에서 매각가를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헐값매각과 특혜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래셋자산운용은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내놓았던 만큼 앞으로 협상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6년 사모펀드(PEF)를 통해 금호그룹 계열사(대우건설)에 투자한 돈 일부를 금호산업 지분으로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9년말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을 추진할 당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그룹 주력 계열사의 매각을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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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
박 회장과 협상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채권단 내부에서 박 회장과 단독 협상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금호산업 재매각을 추진하고 박 회장에게서 경영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채권단이 전문경영인을 직접 선임해 운영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당장은 채권단이 박 회장과 수의계약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만큼 박 회장이 과연 어느 정도 가격을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제시하는 가격을 거절할 경우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6개월 동안 행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채권단이 그 사이 제3자에게 금호산업 재매각을 추진해 성사될 경우 박 회장은 경영권을 되찾지 못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인수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지만 채권단이 헐값매각과 특혜시비를 우려해 제시금액을 높일 경우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박 회장은 최근 NH농협금융으로부터 대규모 자금 지원을 약속받은 상태다. NH농협금융은 증권 계열사인 NH투자증권 IB본부를 통해 수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