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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대표 |
국제적인 인터넷 청원사이트 ‘페티션사이트'에 대우인터내셔널이 아동착취를 하고 있다는 글이 실려 파문이 일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아동착취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목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제품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병일 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에 취임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이번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인권단체인 워크프리(Walk Free)는 페티션사이트(thepetitionsite.com)에 올린 글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의 목화밭에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강제노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우인터내셔널은 노예노동을 통해 면화를 제조하는 세계 최대의 업체'라고 밝혔다. 워크프리는 5만 명의 서명을 받고 있는데, 한국시각으로 7일 현재 4만9천 명이 넘는 네티즌이 서명에 참여해 목표치인 5만 명을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워크프리는 “우즈벡의 목화밭에서 11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63세 농부는 공무원에게 맞아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엄마와 함께 온 여섯 살짜리 아이는 목화더미에 깔려 질식사했다”고 폭로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매년 가을마다 아동과 청소년들을 목화밭으로 강제동원한다. 중고등학생들은 전국에 분포한 목화밭으로 보내져 막사에 머무르며 매일 60kg의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7-15세 아이들은 주로 방과 후에 목화를 따지만 일부 학교들은 목화재배를 위해 휴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청소년의 강제 동원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 놨다. 하지만 뒤로 ILO의 감사를 거부하고 있으며 내부상황을 알리던 인권단체 회원을 체포하기도 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렇게 재배된 목화로 목화 관련 제품을 생산해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운영하는 회사는 대우섬유 페르가나, 대우섬유 부하라, 글로벌콤스코 대우(GKD) 등 3개로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큰 목화 제조업체로 손꼽힌다. 이 회사들은 우즈베키스탄 연간 면 관련 제품 총 생산량의 약 16%를 책임지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도 목화솜이 어떤 식으로 재배되는지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정부 탓만 하면서 책임을 미루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한 관계자는 “목화 생산과 수확 등 모든 관리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직접하고 있다”며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계속해 아동노동 착취에 대한 개선을 요구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나이키, 월마트, 테스코, 아디다스, 버버리, 리바이스 등은 ILO가 우즈베키스탄의 아동착취와 강제노동이 철폐됐다고 발표할 때까지 우즈베키스탄 면화를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중 나이키는 지난 30여년 동안 대우인터내셔널 부산 섬유공장에서 면화와 관련없는 피혁제품을 공급받아왔다. 나이키는 지난해 5월 이마저도 거래를 중단했다. 문제가 된 면화제품이 아니더라도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우인터내셔널과 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나이키는 대우인터내셔널 부산공장의 매출 35%를 차지했다. 그런데 거래가 끊기자 운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2월 말에 부산공장을 태광실업에 팔았다.
아동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목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세 회사 중 글로벌콤스코 대우(GKD)는 조폐공사와 합작으로 설립되었다. 우즈베키스탄의 목화가 이 회사를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 수표, 상품권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조폐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이 아동·강제 노동이 심각한 우즈베키스탄에 면펄프공장을 설립하고 투자한 것은 무책임과 비윤리의 극치”라고 질타했다.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지난달 17일 주총에서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그는 1977년부터 대우에서 일해온 전통 '대우맨'이다. 전 대표는 취임식에서 "성장중시 경영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등 전략국가에 대한 마케팅 강화도 성장의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대우가 이름을 바꾼 회사다. 채권단 관리를 받아오다 포스코에 인수됐다. 우즈베키스탄에 1996년 진출해 17년이 넘게 면화사업을 벌여왔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면방 제품 생산량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