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공공기관들은 정부의 결정이 나오면 따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정말 지방 이전을 강행할까"라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의원들이 지역구에 금융공공기관을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각 지역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두 은행의 전북 이전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산업은행법과 수출입은행법은 본점을 서울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전북과 부산으로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행법·산업은행법·수출입은행법·기업은행법 등에서 본점을 서울에 둔다고 정한 규정을 삭제하고 ‘필요한 곳’에 두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직 지방 이전이 결정되지도 않았지만 유치 경쟁은 벌써부터 뜨겁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겨냥한 이런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도권에 있는 금융공공기관들은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는 데 대체로 반대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지방으로 옮겼을 때 효율이 떨어지는 기관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행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지역의 요구만 따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방 이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도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입은행은 순이익의 60%를 해외에서 낸다”며 “본점이 서울에 있는 쪽이 해외 고객이나 외국 정부 관계자 대상의 영업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성명을 통해 “금융중심지는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모여들어야 생기는 것이지 금융기관 몇 개를 강제로 보낸다고 해서 절대 생기지 않는다”며 “지역 이기주의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국책은행 지방 이전 타당성 검토-산업은행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연구용역도 발주했다.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금융기관을 포함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참여정부 때 지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2007년부터 10년여 동안 진행됐다.
공공기관을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옮겨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한다는 목적에서다. 지난해까지 150여 개가 넘는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다만 금융공공기관은 대부분 서울에 남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수요가 서울에 몰려 있고 금융산업은 인적 및 물적 네트워크가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본사, 주요 금융회사 본사 등이 모두 서울에 있다.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금융공공기관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그친다.
금융공공기관들은 정부가 옮기라면 옮길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금융공공기관에 몸 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금융산업의 특수성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국책은행은 금융시장과 정부 모두 밀접한 관계를 항상 유지해야 하는데 지방으로 가게 되면 업무 효율성이 매우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에 몸 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실제 이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이전이 이뤄진다 해도 당장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이 '금융시장'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금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으로 이전한 금융기관에서 잇따른 서울 출장으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등 비효율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기존 직원의 이탈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공공기관은 정부부처는 물론 시중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에 관련 기관과 회사 모두에게 업무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