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남방정책’에서 할랄시장 개척이 비중있게 다뤄지면서 식품업체와 화장품업체의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이슬람권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3월 말레이시아 방문에서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할랄시장 개척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뒤 이를 뒷받침할 다양한 정책이 준비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연합뉴스>
동남아시아와 경제교류를 강화하려는 신남방정책에서 말레이시아는 한국 기업들이 할랄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한 제품을 말한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식품이나 화장품사업을 하려면 할랄인증이 필요하다.
손승표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말레이시아 이슬람교개발부(JAKIM)의 할랄인증은 국제 할랄 인증 가운데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할랄산업을 국가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한 할랄산업 육성정책이 강화되면서 삼양식품의 실적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삼양식품은 2014년에 할랄인증을 취득한 데 이어 2017년에 ‘불닭볶음면’ 12개 품목에 관한 할랄인증을 추가로 얻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할랄인증 품목 수를 늘려 할랄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닭볶음면은 말레이시아에서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2017년에 140억 원, 2018년 상반기까지만 100억 원 매출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불닭볶음면의 흥행에 힘입어 말레이시아의 라면시장에서 점유율을 2016년 0.9%에서 2018년 2%까지 끌어올렸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 라면제품의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이슬람 국가를 향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며 “그동안 중국에 집중됐던 수출을 이슬람 지역 등으로 다변화하며 유통범위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화장품 등 비식품류의 할랄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할랄시장 진출전략’ 보고서에서 “화장품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재”라며 “특히 인도네시아의 화장품산업은 국가경제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코스맥스 등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기업들은 생산시설의 할랄인증을 얻어 이슬람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중동시장을 겨냥해 제품 개발 및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지영 IBK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내수 고객사와 일본 고객사를 향한 신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며 “세계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정부는 말레이시아 등과 할랄시장에서 협력을 꾀하며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도 진행한다. 2019년 안에 말레이시아 최대 쇼핑센터에 한류타운도 열린다. 한류타운은 한류 콘텐츠 기반의 식품, 화장품, 의료 등 한류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래 산업부 차관보는 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 할랄 컨퍼런스 2019’에 패널연사로 참석해 “한국의 한류와 첨단기술을 접목하면 할랄산업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교도는 21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25%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보서비스 기업 톰슨로이터의 ‘세계 이슬람경제 2017-2018’ 보고서에 따르면 할랄산업 규모는 2016년에 2조 달러에서 2021년 3조 달러로 연 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