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교보생명을 각자대표이사체제로 전환하고 교보생명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1일 생명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 회장은 재무적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문제에 대응하면서 교보생명을 안정적으로 경영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대표이사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신창재, 교보생명 각자대표체제 세워 경영권 지키기 장기전 대비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


재무적투자자(FI)들의 중재신청을 시작으로 수년에 걸쳐 법적 분쟁이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신 회장 혼자서 교보생명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보험영업 등에서 오랜 경험을 갖추고 있는 윤열현 사장을 각자대표이사로 세워 의사결정의 일부를 맡길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이 나오기까지 최소 5개월에서 1년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재판정이 나오더라도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들의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중재판정이 재무적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신 회장이 2012년에 맺어진 주주 사이 계약(풋옵션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장석 전 서울히어로즈(당시 야구단 넥센히어로즈) 대표이사와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의 서울히어로즈 지분 분쟁도 2012년 대한상사중재원이 홍 회장을 지분을 인정하는 중재판정을 했지만 중재판정 취소 소송,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등으로 이어지면서 6년 넘게 법적 분쟁이 계속됐다.

홍 회장은 2008년 현대유니콘스 야구단 인수와 관련해 서울히어로즈의 지분 40%를 양도하는 조건으로 20억 원을 투자했지만 아직 서울히어로즈 지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 회장도 교보생명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법적 분쟁을 수년 동안 이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각자대표체제를 통해 교보생명 경영을 맡아줄 우군을 미리 확보한 셈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각자대표체제 출범과 관련해 “교보생명의 중요 의사결정은 신 회장과 윤 사장이 공동으로 결정하고 일상적 의사결정은 윤 사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의 중재신청에 대응한 반대중재신청, 중재선정, 중재심리 등 과정을 준비하다보면 교보생명 경영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보험업황 악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보험시장 변화에 대응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교보생명은 2018년 영업이익 7185억 원, 순이익 5066억 원을 거뒀다. 2017년보다 영업이익은 15.6%, 순이익은 17% 감소하면서 신 회장이 교보생명 경영권 지키기에 앞서 교보생명 대표이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교보생명의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종 의사결정자 역할을 분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윤 사장은 보험영업의 현장과 기획에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교보생명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힘을 쏟는 동안 교보생명 보험 사업을 이끌어 갈 적임자로 윤 사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윤 사장은 보험영업과 기획 역량을 두루 겸비한 야전사령관으로서 보험영업 활성화와 회사 경영의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