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에어부산에 따르면 에어부산이 인천국제공항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유는 에어부산의 거점공항인 김해국제공항의 슬롯(공항 시간대별 항공기 이착륙 허용능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은 창사 초기부터 영남권 항공 수요를 선점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에어부산은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운데 유일하게 인천 기점 국제선 노선을 취항하지 않고 있다. 반면 김해국제공항 여객 점유율은 35%에 이른다.
에어부산이 이런 전략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에어부산의 거점공항인 김해국제공항이 탄탄한 항공 수요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김해국제공항에서 여객항공기를 이용한 승객은 1706만여 명이다. 이는 인천, 김포, 제주 국제공항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다.
김포와 인천은 수도권 공항이고 제주는 도서지역이기 때문에 항공편을 제외한 다른 이동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살피면 사실상 지방 국제공항 가운데 독보적 수송 실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저비용항공사들의 지방공항 기점 신규 노선 취항이 늘어나면서 김해공항의 슬롯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현재 김해공항의 슬롯 포화율은 98%에 이르고 있다.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이사 사장은 3월29일 열린 에어부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에어부산의 더 큰 성장을 위해 인천 진출은 필수적”이라며 “인천 출발 노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연내 취항이 가능하도록 회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이르면 4월 안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토교통부의 한·중 항공운수권 배분이 인천 진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어떤 노선 운수권을 신청할지 결정한 상황은 아니다”며 “인천에서 출발해서 중국으로 향하는 각 노선들의 항공 수요,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3월15일부터 18일까지 열린 한국과 중국 항공회담을 통해 중국 노선 여객 운수권 60회를 추가로 확보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이번 한중 항공회담에서 인천~베이징 주 14회, 인천~상하이·옌지·선양 주 7회 등 인천에서 출발하는 인기 노선 운수권을 대폭 확대했다. 이와 관련해 그 동안 대형항공사들이 독점하고 있었던 중국 인기 노선 운수권 배분을 두고 저비용항공사들의 기대감이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천~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높은 모기업 아시아나항공, 모든 국제선 노선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에어서울 등 같은 계열사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이 매우 높은 인천~베이징 노선을 경쟁사인 대한항공보다도 많이 운항하고 있는 만큼 에어부산이 적극적으로 인천~중국 노선 개척에 나선다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에어부산은 2월 진행됐던 운수권 배분에서 모든 저비용항공사가 눈독을 들였던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운수권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아시아나항공과 경쟁구도가 생겨날 것을 의식한 결정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은 현재도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 뿐 아니라 모든 항공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에어부산의 인천 진출이 계열사들의 영업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코드 셰어’ 등을 통해 계열사들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