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으로 생각하고 일했더니 모두 나를 주인처럼 생각했다.”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이렇게 주인의식의 중요성을 말했다. 김 사장은 남다른 주인의식으로 평사원에서 증권사 사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김 사장이 ‘30년 증권맨’ 경험을 살려 매각 논란까지 불거졌던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까?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내부 조직 재정비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 사장은 3월 말 취임식에서 “그동안 회사가 매각, 효율과 같은 말들을 자주 사용했으니 직원들의 마음 속에 한계, 제약 같은 단어들이 자리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그런 단어들을 버리고 어떻게 공격적 영업을 펼쳐야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오랜 기간 매물로 거명됐던 만큼 그동안 떨어졌을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실소유주인 LS네트웍스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나빠지자 2017년부터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매각작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몇 차례 인수가 무산되자 지난해 말부터 매각작업을 중단하고
김원규 전 NH투자증권 사장을 새 사장으로 앉히며 자체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발맞춰 김 사장은 ‘관리’에 치우쳐 있던 조직의 정체성을 영업 위주로 바꿀 계획을 세웠다.
그는 “효율성을 강조하던 지원조직을 상당 부분 재정비할 것”이라며 “직원들 또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을 찾는 적극적 자세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사장이 줄곧 강조해온 ‘주인의식’과 맥락을 함께 한다.
김 사장은 1985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LG투자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연소 지점장을 거쳐 우리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회사가 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남다르다면 남다른 점”이라며 고속승진의 비결을 털어놨다.
특히 책임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우리투자증권이 LIG건설 기업어음(CP)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았을 당시 홀로 책임을 진 일화로도 유명하다.
당시 그는 “내가 사업부 대표로서 책임이 있으니 징계범위는 나로 국한해달라”고 말해 임원 가운데 유일하게 징계를 받았다.
김 사장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직원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낼 목표를 세워뒀다.
그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약하고 대주주의 의지가 불확실하다는 점 때문에 직원들이 회사를 믿지 않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앞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사세 확장과 함께 지배구조를 안정화할 것”이라며 회사를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신기술사업금융, 중소기업금융 등을 중심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투자금융(IB) 영역을 키워나가기로 했다.
또 LG투자증권 출신인 류병희 IB사업부 부사장, 임태섭 상무 등 투자금융(IB)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진영도 갖춰나가고 있다. 류 부사장은 케이프투자증권에서, 임 상무는 KTB투자증권에서 투자금융부문을 담당했다.
김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중소형 증권사가 대형사를 상대로 투자금융(IB)사업에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춰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