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들이 만든 비영리게임의 등급 분류를 면제하는 방향으로 게임 관련 법률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31일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게임업계에서 최근 불거진 '비영리 게임의 등급 분류 논란'을 계기 삼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비영리 목적으로 제작해 배급하는 게임물의 등급 분류를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리 게임을 만드는 제작자라 해도 1인 개발자 등 대통령령으로 결정하는 기준에 부합하면 등급 분류에 필요한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들어갔다.
이동섭 의원실 관계자는 “비영리 게임에 등급 분류를 강제하면 게임 개발자들의 의욕을 꺾어 산업 생태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 전문인력의 육성을 돕는 차원에서 개인 제작자의 취미나 순수 창작을 위해 만든 게임이라면 등급 분류와 수수료를 면제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해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현행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어 국내에 유통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 아래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심의 수수료는 최소 2만1천 원에서 최대 100만8천 원에 이르며 등급 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리면 불법으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2월말 ‘주전자닷컴’을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5곳에서 개인 개발자들의 비영리 게임 7만여 건이 삭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주전자닷컴 등은 등급 분류와 관련한 게임관리위의 경고장을 받으면서 관련 게시판을 폐쇄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정부가 청소년처럼 수수료 부담이 큰 개인 개발자의 게임 제작을 사실상 막는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한 개인 개발자가 정부의 조치에 항의해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비영리 목적으로 만든 올린 게임이 등급 분류문제로 폐기된 일은 제도적 허점”이라고 지적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1인 창작물이 증가하는데 과거 잣대를 들이대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체부도 국회에서 법령이 개정되는 대로 청소년이나 개인 등이 만든 비영리 게임을 대상으로 등급 분류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가 그동안 게임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데 소홀했던 점이 비영리 게임의 등급 분류 논란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12월 대표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영리 게임이나 청소년 이용불가 요소가 포함된 게임만 등급 분류를 심의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게임업계에서 게임산업법이 아마추어 비영리 게임의 제작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나왔던 점을 반영한 법안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2년 넘게 국회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다른 게임 관련 법안 상당수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예컨대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33건 발의됐지만 가결된 법안은 5건에 불과하다.
‘셧다운제 폐지’를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과 같은 쟁점법안도 국회에 상정됐지만 상임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중단되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게임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에는 게임물 등급 분류에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크게 일어난 만큼 향후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