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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우리카드의 신상품을 놓고 표절을 했다며 비꼬아 비판했다. 공공연한 상품 표절을 하는 카드업계의 현실을 보여주지만 정 사장도 표절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쪽에서 논란을 일으켜 인지도를 높이려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우리카드가 현대카드의 상품 시스템을 정확하게 이해해줬다"며 "필요하면 회의자료까지 보내 줄 테니 복사해도 좋다"는 글을 남겼다. 우리카드의 신상품 '가나다 카드'가 현대카드를 베꼈다고 우회적으로 비꼰 것이다.
가나다 카드는 크게 할인과 포인트형으로 나뉘어 출시됐다. 이 점이 현대카드가 지난해 내놓은 '챕터2'와 일치한다고 정 사장은 보고 있는 듯하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포인트와 캐시백을 두 축으로 나눈 챕터2를 만들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상품출시 5개월 만에 100만 장 회원을 모았고 1인당 카드 이용액도 두 배로 끌어올렸다.
정 사장은 페이스북에 "아티스트도 표절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곡들과 대조를 한다“며 ”그런데 큰 조직이 움직이는 다른 분야에선 그런 건 염두에 조차 없다"고 우리카드를 비난했다.
현대카드는 정 사장이 우리카드를 겨냥한 데 대해 "직원들이 공들여 만든 카드를 경쟁회사가 베껴 좌절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 챕터2를 만들기 위해 "365일간의 프로젝트 기간, 21만 시간의 인력 투입, 경영진 회의 160번" 등의 노력을 했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카드는 곧바로 반박했다. 우리카드는 "상품 콘셉트의 단순화와 표준화는 업계 전체의 트렌드"라며 "할인과 포인트를 적용하는 건 모든 카드사 상품의 기본적 특징"이라고 맞받아쳤다.
업계는 정 사장의 우리카드 비판이 과민반응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다른 금융업종과 달리 나올 수 있는 상품형태가 한정돼 있어 표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그렇게 따지면 현대카드가 미국 아멕스카드 등 외국 브랜드의 전략을 빌려온 것도 표절”이라고 말했다.
또 정 사장이 우리카드의 새 재품 출시를 빌미잡아 SNS를 통해 현대카드를 광고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2012년 '모방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삼성카드에 보낸 적이 있다. 현대카드는 '삼성카드4'가 '현대카드ZERO'를 모방했고, 현대카드의 숫자 작명을 본떠 '삼성카드2'와 '삼성카드3'을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일은 금융당국의 중재로 법정에 가지 않고 일단락됐다. 이 일 이후 현대카드ZERO는 물론 삼성카드의 숫자카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논쟁이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셈이다.
정 사장의 이번 페이스북 발언으로 오히려 우리카드가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카드 입장에서 신상품이 자꾸 언급되면서 홍보효과를 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월 기준 11%로 업계 4위다. 반면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은 7.8%로 6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