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금융그룹 경영진 구성의 투명성을 갖추는 노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신한사태’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점검 등으로 그룹 안팎이 뒤숭숭했던 만큼 경영진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CEO(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겠다는 뜻이 반영됐다.
28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조 회장은 임기를 1년 남겨두고 후임 회장을 뽑는 과정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공식 통로를 조 회장 스스로 차단했다.
금융당국이 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이나 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이 사외이사들이 다시 지주 회장 연임을 추천하는 ‘회전문 인사’에 제동을 걸고 있는 만큼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지주 사외이사 추천 위원회(사추위)와 회장 추천 위원회(회추위)에 모두 참여하지 않는다.
아울러 현직 회장의 회추위 배제를 명문화하면서 ‘셀프 연임’뿐 아니라 현직 회장이 차기 회장을 '낙점'한다는 오해도 없앴다.
‘신한사태’와 ‘남산 3억 원 사건’ 등으로 신한금융그룹의 안팎이 뒤숭숭한 데다 지난해 말 주요 계열사 CEO가 교체된 뒤 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력을 향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릴 여지를 모두 차단한 셈이다.
검찰은 27일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 ‘남산 3억 원 사건’ 관련자 6명의 자택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런 사건들과 관련해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신한금융 고위임원들이 조직적으로 위증하거나 위증을 교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판단한 만큼 조 회장으로서는 신한금융 경영진 구축 과정의 투명성을 더 높일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도 금융감독원이 신한금융지주의 CEO 승계프로그램 등 지배구조를 한차례 점검하는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가 앞으로 인수합병(M&A)을 하거나 새 사업 인가를 받아야할 때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을 미리 낮춰두는 것이다.
지주 회장의 권한이 줄어드는 만큼 사외이사의 권력화 현상이 상대적으로 벌어질 수도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도 미리 마련해뒀다.
조 회장은 지난해 이사회 사무국 추천방식을 폐지하고 주주로부터 사외이사 추천을 받는 ‘주주 추천 공모제’를 도입하는 등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추천 경로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또 기존에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가 재일교포측 인물이나 교수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것과 달리 관료 출신 사외이사와 글로벌 투자금융 전문가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사외이사 구성의 다변화를 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회장과 사외이사의 선발 과정을 모두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채비가 끝났다”며 “앞으로 이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며 안착하는 것이 조 회장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