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법 강화에 따라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상장폐지’ 공포에 떠는 바이오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오기업 케어젠은 이미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고 차바이오텍은 감사보고서 제출시한을 넘겨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에서 이날 기준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은 22곳으로 집계됐다.
새 외부감사법 도입에 따라 회계법인이 보수적으로 외부감사를 진행한 데 따른 것이다.
새 외부감사법은 부실감사가 드러나면 외부감사를 실시한 회계법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데 21일부터 시행됐다.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감사해 감사의견으로 적정, 한정, 부적정, 거절을 제시할 수 있다.
한정, 부적정, 거절은 비적정 감사의견이 되고 거절을 받으면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바이오기업인 폴루스바이오팜은 ‘한정’ 의견을 받았고 케어젠은 ‘거절’ 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다.
케어젠은 시가총액이 8200억 원에 이르는 중견 바이오기업이다. 케어젠이 상장폐지된다면 바이오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케어젠은 2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와 관련해 이의신청서를 냈다. 한국거래소는 4월15일까지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다.
정용지 케어젠 대표이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지만 회사의 재무상태나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이상이 없다”며 “외부감사인들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감사의견을 제출하지 못한 곳도 있다.
차바이오텍은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인 21일이 지난 현재까지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차바이오텍이 시한을 넘겨 감사보고서를 제출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차바이오텍은 2018년도 한 차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전력이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차바이오텍은 2018년 영업이익을 흑자에서 적자로 정정 발표하면서 회계처리와 관련된 의혹도 받고 있다.
바이오기업들은 그동안 연구개발(R&D)비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를 통해 회계상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자산 규모가 확대돼 우량기업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새 외부감사법이 도입되며 무형자산 인식 기준이 바뀌었고 바이오기업은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하게 됐다.
일반기업보다 수익 구조가 불확실한 바이오기업들은 자산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기존의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하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바이오기업들은 여전히 ‘상장폐지’ 불안에 떨고 있다.
하지만 깐깐해진 회계감사가 장기적으로는 기술력 있는 바이오기업과 투자자에게 긍정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바이오기업의 회계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려진 옥석’만이 주목 받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시장성 있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종목들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