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유진투자증권과 SK증권 등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해보면 TV를 제외한 삼성전자 CE부문(생활가전 사업) 영업이익률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3% 수준을 보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이 부진한 이유를 최근 가전시장이 신가전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데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데 있다고 본다.
과거 가전제품 수요가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과 같은 백색가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이제는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기, 무선청소기, 건조기 등 신가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TV와 냉장고시장에서는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신가전 부문에서는 앞서 시장에 진출한 LG전자와 다이슨 등 경쟁회사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전자가 ‘스타일러’로 사실상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의류관리기기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2018년 8월 내놓은 ‘에어드레서’는 아직 존재감이 미약해 보인다. 유통업계는 삼성전자의 에어드레서가 출시 1년이 채 안 돼 정확한 수치를 추산할 수 없지만 판매량이 지난해 30만 대 수준에 이르는 스타일러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
또 다이슨과 LG전자의 무선청소기에 맞서기 위해 지난해 출시한 ‘파워건’은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경쟁제품 ‘LG 코드제로 A9’ 등과 비교해 청소성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가전 명가의 체면을 구겼다.
패스트팔로워 전략은 새 성장가전의 판매량 뿐 아니라 수익성 면에서도 부담을 가중 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후발주자가 신가전을 개발할 때는 앞서 출시된 경쟁사 제품의 특허나 디자인 등을 피해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비용 등이 더 많이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LG전자의 특허 기술 ‘무빙행어’를 활용하지 않은 의류관리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옷을 털어주는 무빙기술 대신 바람을 이용해 먼지를 제거하는 ‘제트에어’ 기술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이런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개념 가전을 경쟁사보다 먼저 내놓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서 벗어나 신가전 분야의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은 20일 열린 제50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소비자를 깊이 연구해 세상을 바꾸는 신개념 가전을 출시할 것”이라며 “기존 제품의 혁신과 함께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세 제품을 결합해 가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점을 지니고 있는 독자적 인공지능(AI) 기술, 사물인터넷(IoT)를 기반으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신가전을 올해 상반기 안에 내놓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수제맥주 제조기 등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듯이 삼성전자도 획기적 신가전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품전략도 프리미엄 제품군에 힘을 실어 수익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무선청소기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부진한 파워건 판매량을 개선하기 위해 무선청소기 프리미엄 브랜드 ‘제트’를 내놨는데 제트가 기대 이상으로 잘 팔리면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디지털프라자 관계자는 제트 출시 이후 삼성전자 무선청소기 3월 판매량이 2월보다 250%가량 상승했다고 추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활가전사업의 수익성은 앞으로 점차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인공지능 플랫폼 기반의 프리미엄 라인 위주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