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 MS(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형 IT기업이 일제히 게임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 콘텐츠사업의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 IT기업의 콘텐츠사업 확대가 데이터서버 투자와 서버용 반도체의 수요 증가를 이끌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반등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 "애플이 아이폰에 의존하던 사업구조를 10년만에 콘텐츠와 클라우드 등 서비스사업 중심으로 바꾸는 대규모 체질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이른 시일 안에 미국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며 사업체질 전환의 시작을 알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은 그동안 앱과 음악 등 콘텐츠사업을 키우기 위해 데이터서버 구축에 수조 원대의 투자를 벌였는데 동영상 스트리밍사업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동영상 스트리밍사업에서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경쟁사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는 만큼 새 서비스 출시를 계기로 데이터서버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콘텐츠 분야 경쟁사인 구글은 최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구글의 게임 스트리밍 역시 애플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고화질 영상을 소비자들에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신사업 진출이 곧 데이터서버 투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구글과 같은 기업의 서버 투자 확대가 대형 IT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구글의 클라우드 게임사업 진출은 반도체업황에 호재로 꼽힌다"고 바라봤다.
대형 IT기업의 서버 투자는 자연히 서버용 D램과 SSD 등 고용량 서버용 반도체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세계 대형 IT기업의 투자 축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점이 반도체업황 악화를 이끈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과 MS 등 주요 IT기업은 지난해 콘텐츠사업의 성장세가 부진하고 주가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자 데이터서버 투자를 축소하며 사업 확대에 다소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IT기업의 콘텐츠사업 확대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어 서버용 반도체의 수요 증가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구글은 게임 스트리밍사업 진출을 발표하며 속도 지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서버 투자를 적극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MS도 구글과 비슷한 형태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데이터서버 투자를 점차 늘려갈 가능성이 높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제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성능 데이터서버에 탑재하는 대용량 메모리반도체 라인업을 늘리며 서버용 반도체의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56기가 서버용 대용량 D램과 8기가 QLC(쿼드레벨셀) 공정 기반의 서버용 중저가 SSD, 서버용 차세대 규격 저장장치 'Z-SSD' 2세대 제품 등을 잇따라 공개하며 서버용 반도체분야에서 다양한 반도체 솔루션 공급 확대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도 서버용 SSD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앞세우면서 72단 3D낸드 등 최신 공정의 적용 비중을 높여가는 등 서버용 반도체 제품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버용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이 해외 경쟁사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세계 IT기업의 콘텐츠사업 확대와 서버 투자 확대에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JP모건은 로이터를 통해 "최근 서버업체의 투자 축소로 반도체업황이 침체기를 보여 왔지만 점차 신규 투자가 재개되면서 메모리 수요 증가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