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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 애보비츠 매직리프 CEO |
컴퓨터가 모니터나 화면과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에 마우스가 첫 번째 혁신을 불렀다면 스마트폰 아이폰의 터치 스크린은 그 다음 혁신으로 꼽힌다.
이제 공간에 컴퓨터의 화면을 띄워놓고 작업하고 게임하는 기기가 나오고 있다.
구글글라스도 그런 시도였다. 그런데 구글은 지난 1월 구글글라스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자 구글이 구글글라스사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지난 3월18일 “구글글라스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 다음날 구글이 거액을 투자한 증강현실기기 개발회사인 매직리프가 동영상을 하나 공개했다.
동영상에 안경 모양의 증강현실기기를 쓴 매직리프 직원의 시각으로 이 증강현실기기가 구현하는 ‘영화같은 현실’을 보여줬다.
이 직원은 사무실 공간에서 손짓을 통해 자유롭게 게임 아이콘을 불러내 실행했다. 그러자 게임 속 로봇이 사무실 공간 속에 3차원으로 나타났고 주인공은 책상에 놓여있는 총을 들어 쐈다. 탱크가 사무실 벽을 뚫고 들어오면서 사무실은 순식간에 전투장으로 변했다.
매직리프가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이 증강현실기기에 대한 특허를 받자 업계에서 이 제품이 판매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슈미트 구글 회장이 구글글라스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이 증강현실 안경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매직리프트의 이 증강현실 안경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 매직리프의 증강현실 안경 ‘센서리웨어’
미국매체 와이어드는 지난 3월21일 매직리프가 3차원 이미지의 증강현실기술을 구현하는 제품을 곧 내놓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매직리프는 그동안 극비리에 이 제품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미 특허청이 3월 초 이 회사의 증강현실기기에 특허를 인정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이 특허는 지난해 7월 출원됐다.
매직리프의 증강현실기기는 ‘센서리웨어(Sensory wear)’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기기는 스키용 고글처럼 생겼고 배터리팩과 연결돼 있다. 센서리웨어는 구글글라스와 달리 접히고 주머니에도 들어간다.
이 기기는 페이스북의 오큘러스VR이나 삼성전자의 기어VR 같은 가상현실 헤드셋 기술과 다르다. 이 기기는 실제 공간 위에 컴퓨터 이미지를 투사하도록 설계됐다.
매직리프가 작성한 특허출원서를 보면 이 기기는 이미지를 눈에 투사시켜 가상의 3D사물이 실제 세계의 일부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에 따라 춤을 추는 코끼리 같은 가상의 이미지가 마치 실제 공간의 일부처럼 보인다.
매직리프의 이 안경을 직접 써 본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매직리프의 기기에 작은 프로젝터가 달려 있는데 투명한 렌즈에 빛을 비춰서 망막에 닿는 빛의 방향을 바꾼다. 그 빛은 망막에서 현실세계로부터 받는 빛과 매우 잘 섞여서 가상의 사물들이 진짜 사물들과 거의 구별이 가지 않도록 해준다.”
그는 “매직리프의 이 증강현실기기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가상현실 안경은 두 개의 개별 이미지를 따로 투사해 깊이감을 만드는 입체영상 기술을 사용한다. 이런 방식은 메스꺼움을 자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매직리프의 센서리웨어는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다른 기술을 사용해 메스꺼움을 일으키지 않는다.
로니 애보비츠 매직리프 CEO는 “매직리프는 PC모니터와 스마트폰 스크린을 교체할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기가 있겠지만 스크린은 결국 구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보비츠는 매직리프의 기술이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영화와 비디오게임의 새로운 포맷, 환자와 의사의 상호작용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수천km 떨어진 친구와 마치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통신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애보비츠는 앞으로 촉감 등 다른 감각도 사용자 경험에 포함하기로 했다. 애보비츠는 5년 뒤 매직리프의 증강현실기술이 널리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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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특허청이 최근 특허를 부여한 매직리프의 '센서리웨어' |
◆ 구글의 계산, 구글글라스 대신 매직리프일까
구글은 2년 전 일반소비자를 겨냥한 증강현실기기 구글글라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애초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구글글라스의 투박한 디자인과 1500달러에 이르는 가격을 문제삼았고 구글글라스를 써야 할 이유에 의문을 품었다. 소비자들은 구글글라스가 특별히 제공하는 기능도 없는 데다 개인 사생활 침해 논란이 겹치자 구매를 꺼렸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증강현실 3D기술 벤처인 매직리프에 무려 5억4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구글이 매직리프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매직리프의 기술이 컴퓨팅의 차세대 핵심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직리프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 친화적인 착용형 컴퓨팅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컴퓨팅의 새 시대를 열었듯이 매직리프는 스마트폰 다음 단계의 컴퓨팅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한다.
구글의 투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1월 윈도10과 함께 증강현실기기인 홀로렌즈를 발표했을 때 빛이 났다. 증강현실기기인 홀로렌즈는 매직리프가 개발중인 기술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다.
구글이 투자하면서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이 매직리프 이사회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만 봐도 구글이 매직리프에 얼마나 기대를 걸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피차이는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크롬, 앱 등을 담당하는 사실상 2인자다.
피차이는 당시 “우리는 매직리프의 다음 성장단계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이 구글글라스 대신 매직리프의 증강현실기기를 밀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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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9일 공개된 동영상은 매직리프의 증강현실기술을 보여준다. |
◆ 매직리프 CEO 로니 애보비츠는 누구인가
매직리프는 베일에 싸여 있다. 로니 애보비츠 CEO는 매직리프를 4년 전 설립했는데 매직리프에 대해 공개한 것이 많지 않다.
매직리프 웹사이트에 실린 애니메이션에 작은 코끼리가 두 손 위에서 뛰어놀고 “이제 세상에 마법을 다시 불러올 때”라며 은유적으로 매직리프의 증강현실기술을 소개한다.
애보비츠는 마이애미대학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정형외과 의사가 뼈를 다루는 것처럼 촉감을 느끼게 해 주는 로봇 팔을 개발해 마코서지컬(Mako Surgical)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애보비츠는 마코서지컬을 2013년 스트라이커란 의료기술업체에 17억 달러에 매각됐다.
애보비츠는 록음악 애호가다. 그는 스파키도그앤프렌즈라는 밴드에서 보컬, 기타와 베이스를 맡기도 했다.
애보비츠는 매직리프라는 회사의 탄생이 로봇 수술기기회사와 음악인으로서 삶의 양쪽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가상현실과 현실세계의 결합은 마코서지컬 시절부터 애보비츠에게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로봇 팔 기술은 수술도구가 뼈에 닿는 느낌을 외과의사에게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애보비츠는 의사가 수술중 가상의 뼈를 볼 수 있게 해 주기를 원했다.
애보비츠는 밴드 스파키도그앤프렌즈의 일원으로 음악을 할 때도 가상투어를 하고 싶었다. 그는 밴드가 가상현실을 통해 수많은 건물의 옥상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뒤 애보비츠는 영화 스타워즈처럼 움직이는 홀로그램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매료됐다.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3D 홀로그램 이미지는 광선이 객체에 반사될 때의 패턴을 정밀하게 재생하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애보비츠는 저해상도의 홀로그램 이미지를 투사하는 것조차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애보비츠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큰 공간에 힘들게 홀로그램을 투사하는 대신 사용자만 볼 수 있는 홀로그램을 눈과 뇌가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바로 매직리프가 개발중인 센서리웨어라는 증강현실 안경으로 구현됐다.
애보비츠는 “모바일 컴퓨팅, 증강현실, 가상현실에 관한 지금의 인식을 뛰어넘는 것이 매직리프의 목표”라며 “미래의 컴퓨팅은 결국 생체의학과 연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보비츠는 인재영입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그는 시선추적 기술부터 안구인식, 인공지능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찾고 있다. 매직리프에 광학 엔지니어, 게임 디자이너 등 가상현실을 보여줄 방법을 고안할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보비츠는 지난해 12월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세계를 만든 공상과학 소설가 닐 스티븐슨을 미래담당 이사로 영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