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국과 중국 항공회담의 결과 중국 하늘길이 넓어지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
국토교통부는 이번 중국 운수권 확대를 두고 “중국 독점 노선이 해소되면서 항공권 가격 하락 등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이 인천~베이징, 인천~상하이 등 중국 주요 노선을 사실상 독점해왔던 것을 살피면 핵심 노선의 운수권을 저비용항공사에게 분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운수권은 그동안 과점체계를 누려오던 양대 국적사보다 저비용항공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배분될 것”이라며 “정부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해 형평성 제고와 항공권 가격 낮추기에 신경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한중 항공회담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을 수 있는 항공사로 제주항공을 꼽고 있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핵심노선(인천~베이징·상하이) 운수권이 저비용항공사에게 분배된다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항공사는 제주항공”이라며 “다른 경쟁사는 B737-MAX8 항공기 운항 금지, 신규 항공기 등록 제한 규제 등으로 신규 취항지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 정부의 항공 트래픽 확대 의지를 확인한 만큼 운임 하락 유도가 가능한 저가 항공사 중심으로 신규 노선 배분이 진행될 것”이라며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서는 제주항공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주항공은 최근 에티오피아와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B737-MAX8 항공기 추락사고와 관련된 MAX8 기종 운항제한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항공사로 여겨진다. MAX8 항공기를 도입하거나 도입하기로 한 국내항공사 가운데 도입시점이 2021년으로 가장 늦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올해 도입하기로 예정돼있는 항공기는 모두 B737-800 기종이다. MAX8의 운항 제한으로 올해 기단 확대계획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티웨이항공이나 이스타항공과 비교해 기단 확대에 걸림돌이 적다. 넓어진 중국 하늘길을 활용하기가 경쟁사보다 쉬운 셈이다.
기존에 노선별로 관리되던 중국 운수권이 권역별 관리로 변경되는 것 역시 지방발 국제선 노선을 확대하고 있는 제주항공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2018년 지방공항 출발 국제선 노선을 17개 신규 취항했다. 2017년보다 170% 늘어났을 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다.
제주항공은 지방공항 출발 국제선 노선 확대를 제주공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중국 운수권 관리방식의 변경으로 국내 지방공항과 중국 허브공항 사이, 국내 지방공항과 중국 지방공항 사이 노선 개설이 예전 방식보다 자유로워진 것은 제주항공의 이런 전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주항공이 중국 노선 개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것은 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중국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9월말 인천~하이커우 노선을 취항한데 이어 10월28에는 부산~옌타이 노선에 항공기를 새로 띄웠다. 2018년 4월에 인천~옌타이 노선을 취항한 것을 포함하면 2018년에만 중국 노선 3개를 추가했다.
올해 3월에도 마카오에 새로 하늘길을 열었다. 경쟁사들이 중국의 사드보복 이후 중국 하늘길 확장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 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별표의 운수권 배분 평가지표 3-가-1 항목에서는 “해당 노선 부정기편 운항실적, 영업소 설치 현황, 해당 노선 운항을 위한 인력과 항공기 투입계획 등을 검토해 시장 개척 기여도가 가장 우수한 항공사에 이 항목의 최고점을 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3-가-3 항목에서는 “배분계획 통보일이 속하는 연도의 전년도부터 이전 3년 동안 정기노선 신규 취항 실적과 국제항공운수권이 설정돼 있지 않은 지역 부정기편 취항실적 등을 검토하여 국제항공운송시장 개척 및 확대 노력이 가장 우수한 항공사에 이 항목의 최고점을 준다”고 적혀있다.
제주항공은 이번 중국 하늘길 확대가 그동안 저비용항공사에게 막혀있었던 중국 핵심노선을 취항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운수권 신청계획 등과 관련해서는 내부 논의 중이기 때문에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도 “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이 중국 노선 독점 해소를 위한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