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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 홀로렌즈를 착용하면 홀로그램을 이용해 어디서나 작업이 가능하다. |
마이크로소프(MS)가 윈도10과 함께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비밀병기가 또 있다. 바로 홀로렌즈(Hololens)다.
윈도10은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모바일 우선, 클라우드 우선’ 전략을 구현할 운영체제다. 홀로렌즈는 MS가 윈도10과 함께 앞으로 컴퓨터가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기다.
홀로렌즈는 안경과 헤드셋을 결합한 형태로 내부에 CPU, 메모리 등이 탑재된 작은 컴퓨터이자 증강현실 기기다.
홀로렌즈에서 이용자의 시선이 마우스의 커서 역할을 한다. 이용자는 손을 들어 허공에서 검지로 두드리면 마우스처럼 똑같이 작업을 할 수 있다.
MS는 올해 초 윈도10과 함께 홀로렌즈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줬다.
홀로렌즈를 착용하면 눈 안의 벽에 윈도10 메뉴창이 먼저 나타났다.
메뉴에서 ‘홀로 스튜디오’ 아이콘을 선택해 툴 박스를 불러왔다. 툴 박스는 공구상자 형태였다. 손짓으로 뚜껑을 열어 툴 박스에서 각종 도형을 불러내 직접 무인기 드론을 만들기 시작했다.
검지를 이용해 복사할 드론의 프로펠러를 지정한 뒤 “복사(copy)”라고 말하자 드론의 프로펠러가 금방 만들어졌다. 공구상자에서 색칠하기를 선택해 프로펠러에 파랑과 노랑의 색도 입혔다.
그렇게 해서 5분도 안 돼 드론이 디자인됐다. 이렇게 디자인된 드론은 3D프린터로 인쇄돼 현실로 구현됐다.
홀로렌즈 개발자인 알렉스 킵맨은 홀로렌즈로 만든 드론을 공개했다. 그가 드론을 직접 날리자 객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킵맨은 “홀로렌즈를 이용하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MS가 지난 1월 홀로렌즈를 공개한 뒤 홀로렌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져 MS는 최근 홈페이지에 홀로렌즈와 관련한 Q&A를 새로 추가했다.
홀로렌즈에 대한 MS의 기대는 대단하다.
나델라 CEO는 홀로렌즈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산업의 역사는 새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역사였다”면서 “새 윈도와 홀로그램 기술이 새로운 컴퓨팅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게이츠는 최근 40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컴퓨팅은 과거 어느 때보다 앞으로 10년 동안 더 빠르게 진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컴퓨터와 로봇이 보고 움직이고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시점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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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렌즈를 착용한 알렉스 킵맨과 MS 직원들 |
◆ 홀로렌즈는 오큘러스 리프트와 어떻게 다를까
홀로렌즈를 착용하면 눈앞의 현실에 홀로그램 이미지나 영상이 겹쳐서 나타난다. 홀로렌즈는 내가 있는 공간을 3차원으로 스캔한 뒤 그 공간에 디지털 개체들을 투영한다.
MS의 홀로렌즈 컴퓨팅은 가상현실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리나 현실의 공간을 그대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홀로렌즈의 이용자는 어디서든지 원하는 작업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거실이든 사무실이든 현실공간이 홀로렌즈와 결합해 작업공간이 되기도 하고 놀이공간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처럼 공간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홀로렌즈와 가상현실기기의 차이점이다. 곧 가상현실기기가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면 홀로그램은 공간을 다시 구축하는 쪽에 가깝다.
가상현실기기인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리프트, 삼성전자의 기어VR 등은 우리의 현실공간을 지우고 완전히 새로 만든 가상공간으로 이용자를 안내한다.
이런 가상현실기기에서 이용자는 지금 존재하는 공간과 다른 가상공간을 만들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현재의 공간은 완전히 지워진다. 마치 현실세계와 전혀 다른 매트릭스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가상현실기기가 가장 잘 활용되는 분야는 게임이다. 삼성전자와 협업해 기어VR을 내놓은 오큘러스VR의 창업자 팔머 럭키(22)는 어떻게 하면 실감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다 가상현실 헤드셋을 개발했다고 말한다.
가상현실기기를 쓰면 게임공간과 캐릭터들이 실제 상황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단순히 게임화면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게임공간으로 들어가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면 현실에서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가상의 같은 공간에서 만날 수도 있다. 곧 한국인과 프랑스인이 미국 마이애미의 해변에서 만나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팔러 럭키는 오큘러스 VR의 비전에 대해서 “누구든 언제든 그 어떤 것도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MS의 홀로렌즈는 어디까지나 현실공간에 기반을 두고 실용성을 강조한다.
부엌에서 축구경기가 보고 싶으면 홀로그램으로 영상을 냉장고 위에 띄워 볼 수 있다. 또 사무실에서 작업한 디자인 시안을 거실의 공간에서 꺼내 작업대를 만들고 작업할 수 있다.
◆ MS에게 홀로렌즈는 무엇인가
홀로렌즈는 MS가 차세대 컴퓨팅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제품이다.
미국 언론은 홀로렌즈를 놓고 “MS가 미래 컴퓨팅에 관한 담대한 비전을 공개했다”며 “PC역사가 새로운 전환점에 와 있다”고 격찬하고 있다.
기술산업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맥퀴비는 “홀로렌즈는 성공적”이라며 “1990년대 컴퓨터 마우스와 2007년 아이폰의 스크린 터치 기술처럼 홀로렌즈는 궁극적으로 기계를 작동하는 방식을 확장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홀로렌즈는 ‘모바일 우선, 클라우드 우선’을 외치는 나델라가 그리는 윈도10 세상을 구현하는 핵심기기이기도 하다.
홀로렌즈는 윈도10과 동시에 발매된다. MS는 윈도10에 개발자들이 홀로그램을 이용해 앱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도구 ‘홀로스튜디오’가 들어있다고 밝혔다.
MS는 어떤 환경에서도 윈도10을 쓸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홀로렌즈는 윈도10 활용도를 극대화하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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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 홀로렌즈의 개발자 알렉스 킵맨 |
◆ 홀로렌즈를 만든 킵맨은 누구인가
홀로렌즈는 MS의 히트작인 키넥트를 만들었던 알렉스 킵맨의 야심작이다. 킵맨은 키넥트 기술을 바탕으로 홀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
키넥트(Kinect)는 컨트롤러 없이 이용자의 신체를 이용해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다. 이 키넥트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엑스박스360 본체에 부착하면 게이머는 몸동작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키넥트를 이용하면 양 손과 두 발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보트를 타고 정글을 경험할 수도 있고, 친구와 함께 볼링과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도 체험할 수 있다.
킵맨이 마우스나 키보드, 컨트롤러 등을 없앤 것은 상상한 것을 즉각 시각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혁신으로 받아들여 졌다.
이런 혁신적 발명으로 킵맨은 세계적 스타가 됐다.
킵맨이 개발한 키넥트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팔린 전자기기라는 기록을 세웠다. MS는 키넥트를 2400만 대 이상 팔았다.
MS는 킵맨의 기술적 업적을 인정해 그의 이름을 2011년 MS의 명예의 전당에 올렸다. 그해 킵맨은 타임이 선정한 컴퓨터 괴짜 톱25에 선정되기도 했다.
킵맨은 발명가로 불린다.
그는 브라질 태생으로 2001년 로체스터공과대학교를 졸업하고 MS에 입사했다. 그는 초기에 MS의 비주얼스튜디오에서 일했고 2005년 윈도 부서로 이동할 때까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킵맨은 2008년 X박스 부서로 이동하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X박스 부서에서 2014년 3월 MS의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기술연구원이 될 때 까지 일하며 키넥트를 개발했다.
킵맨은 대부분의 시간을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면서 보낸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참여하기를 좋아하는 콘퍼런스는 기술분야가 아니라 예술과 관련된 분야다.
그는 버닝 맨 축제(Burning Man Festival)에 참여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버닝 맨 축제는 미국 네바다주의 블랙록 사막에서 매년 8월 마지막 월요일에서 시작해 미국의 노동절인 9월 첫째 월요일까지 열리는 예술축제다.
버닝 맨 축제에서 참가자들은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가상의 도시인 블랙 록 시티에서 예술활동을 한다. 축제기간에 토요일 밤이 되면 축제를 상징하는 거대한 나무 인물상을 불태워 버닝 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삶에서 당신이 모든 것을 제쳐놓고 원시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예술은 그런 기회를 준다. 이게 바로 창조성의 원천이다.” 킵맨의 말이다.
킵맨은 “소프트웨어는 물리학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유일한 예술형식”라며 “상상력의 부족만이 유일한 한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