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피해기업들의 반발로 ‘키코(KIKO) 사태’ 재조사의 결론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의 키코사태 재조사 결론은 올해 상반기 중에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
키코사건 재조사 안건은 19일에 열리는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3월 중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었지만 다시 미뤄지게 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4월 중에도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올해 4월에도 키코사태를 결론 내지 못한다면 재조사 기간이 10개월을 넘기게 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부터 키코 피해기업 가운데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등 4곳으로부터 분쟁조정 신청을 받고 재조사를 시작했다.
키코(KIKO)란 ‘Knock-In Knock-Out’의 약자로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출기업과 은행이 맺는 계약의 일종이다.
약정금액과 약정환율, 환율 상한가와 하한가를 정해 놓고 환율 변동에 따라 양 당사자에게 각각 권리가 부여된다. 환율이 약정상한을 넘으면 수출기업은 은행에 손해를 보고 외환을 팔게 된다.
키코 계약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많은 국내 기업들이 손해를 봤다. 금융감독원의 2010년도 조사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 키코 계약에 따른 손실 규모는 중소기업 738곳, 3조2274억 원에 이른다.
금감원이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키코사태 재조사를 쉽게 결론 내지 못하는 것은 피해기업의 반발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내놓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은 구속력이 없는 권고로 피해기업과 은행이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금감원으로서는 이미 당사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권고안을 내놓는 데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피해기업의 반발은 금감원이 키코사태 재조사를 불완전판매로 보고 피해액의 일부를 배상하는 방향으로 결론내릴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키코 피해기업들은 키코 계약이 사기이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무효이고 피해액 전액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감원이 무작정 피해기업의 주장을 다 받아들일 수도 없다.
다른 당사자인 은행의 반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키코사태를 놓고 2013년에 대법원에서 내린 판결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당시 키코를 불공정거래 행위는 아니라고 보면서도 일부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해 피해액의 3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게다가 키코 계약을 사기로 보게 되면 사안의 성격이 금융분쟁에서 형사사건으로 바뀐다. 형사사건은 금감원 권한 밖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최고 사법기관의 판결과 다른 판단을 밀어붙이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키코 계약이 사기라는 주장은 재심 등 법원의 구제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키코 관련 대법원의 판결을 놓고 “당시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에 따른 판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