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대륙의 실수'로 불리던 샤오미 스마트폰의 저가공세 전략에 한계를 맞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에 놓는 대대적 전략 변화를 예고했다.

8일 기즈모차이나 등 중국언론에 따르면 레이쥔 회장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스마트폰 '미9' 출시 행사에서 샤오미 스마트폰의 가격 인상계획을 내놓았다.
[오늘Who] 레이쥔, 샤오미 '저가공세' 한계 직면해 전략 대전환

▲ 레이쥔 샤오미 회장.


레이 회장은 "샤오미 스마트폰 가격이 2천 위안(약 34만 원) 미만에 그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앞으로 출시하는 스마트폰은 더욱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내놓았다.

하지만 샤오미가 스마트폰시장 진출 초반부터 고수해오던 저가전략이 사실상 한계를 맞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전자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샤오미의 저가전략 포기는 충분히 예상됐던 선택"이라며 "주주들에게 수익성 개선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샤오미는 지난해 약 540억 달러(약 61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홍콩 증시에 상장했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311억 달러 안팎에 그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세계 스마트폰시장 침체와 중국업체들 사이 치열한 경쟁, 저가 스마트폰의 제품 경쟁력 부족이 샤오미의 실적 부진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 회장은 스마트폰 마케팅과 유통을 모두 온라인에만 집중하고 스마트폰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전략으로 2010년 설립한 샤오미를 2018년 기준 세계 출하량 4위 스마트폰업체로 키워냈다.

하지만 샤오미가 중국과 인도 등 주력시장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10~20만 원대의 저가 제품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레이 회장이 이런 상황을 고려해 샤오미의 주력상품을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꿔내는 전략 변화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샤오미는 최근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최신 기술을 활발히 채용하며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2월 말 이동통신박람회 'MWC2019'에서 샤오미는 첫 5G 스마트폰 '미믹스3 5G'를 선보였고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현재 개발중인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시제품도 공개했다.

샤오미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9'는 최대 4800만 화소 트리플 카메라와 인공지능 기술 등을 채용했고 가격도 미국 기준 최대 899달러(약 102만 원)으로 높게 매겨졌다.
 
[오늘Who] 레이쥔, 샤오미 '저가공세' 한계 직면해 전략 대전환

▲ 샤오미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9'와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시제품.


가격은 낮고 성능은 뛰어나 '대륙의 실수'로 불리던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더이상 성장을 노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고가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레이 회장은 계획대로 샤오미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저가 스마트폰 출시를 대폭 줄이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애플과 삼성전자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업체와 본격적으로 승부를 보려 할 공산이 크다.

폰아레나는 중국 경쟁사인 화웨이가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반면 샤오미가 여전히 애플 등 다른 스마트폰업체를 따라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점도 사업 전략 변화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샤오미의 이런 전략 변화는 그동안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샤오미의 저가 스마트폰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며 고전하던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인도 갤럭시S10 출시행사에서 샤오미를 들어 "경쟁사의 전략에 교훈을 얻으며 '갤럭시M' 시리즈 등 저렴한 스마트폰으로 인도시장 1위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