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과 협상 때문에 교보생명 경영에 오롯이 힘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교보생명의 본업인 보험업무나 대외활동을 윤 사장에게 맡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 회장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영업 활성화를 위해 윤 사장을 선임했다”고 선임이유를 설명했다.
신 회장은 6년 동안 비어있던 교보생명 사장을 선임할 만큼 재무적투자자의 풋옵션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적투자자들과 협상이 쉽지 않고 협상시간도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2월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들은 한 달가량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를 진행하든 아니면 지분 매각을 추진하든 결국 교보생명의 기업가치가 중요하다. 신 회장이나 재무적투자자 모두 내부경영이 소홀해지면서 교보생명의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들의 협상이 늦어질수록 교보생명의 기업가치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재무적투자자들과 협상과 관련해 금융지주 매각 가능성, 법적 대응 가능성, 중재 신청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어 원만하지 않은 협상 과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협상이 타결되려면 재무적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재무적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그들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의 가치로 2조 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을 원하는 가격에 인수해 신 회장을 도와줄 백기사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3자가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매력을 느낄 방안으로 금융지주에 재무적투자자들과 신 회장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거나 금융지주사 주식과 교환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신 회장의 교보생명 경영권 포기 여부, 적정 지분 가치산정 등 더 어려운 문제가 들어있어 성사되기 쉽지 않다.
교보생명은 지분 공동매각설 관련해 “풋옵션 협상은 교보생명 최대 주주 개인과 재무적투자자 사이 협상으로서 법률대리인들이 전담하고 있는 문제”라며 “교보생명 관계자가 최대주주 개인의 대리인 자격으로 금융지주와 접촉해 지분매각 협상을 벌인다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과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대안들이 많다”며 “금융지주와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은 금융지주의 기존 주주관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주들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