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다른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에 비해 취약한 금융네트워크를 기업과 제휴를 통해 극복하려고 한다.
금융지주는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으나 우리은행은 이를 기대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하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이런 한계를 제휴를 통해 넘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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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기업 제휴협약을 늘리고 분야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 행장은 최근 “우리은행은 올해 공공기관, 대기업, 중소기업과 업무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신규고객을 확보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최근 편의점 GS25와 GS수퍼마켓을 운영하는 GS리테일과 우리은행 ‘상생결제스템’을 도입하는 협약을 맺었다.
상생결제시스템은 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제공한 외상매출채권을 2차나 3차 협력사가 넘겨받아 은행에 낮은 금리의 수수료를 내고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다.
그동안 대기업에게 외상매출채권을 받은 1차 협력사는 2차나 3차 협력사에게 어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줬다. 그러나 어음의 경우 현금화 수수료가 높고 결제가 늦어지면 연쇄부도가 일어날 위험성이 커 2차나 3차 협력사들이 은행과 제대로 거래하기 힘들었다.
우리은행은 이번 협약을 통해 600여 개에 이르는 GS리테일 협력사들과 안정적 거래를 하게 됐다. 우리은행은 2013년 8월 국내은행 가운데 최초로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한 뒤 삼성전자 등 46개 대기업과 협약을 맺었다.
이 행장은 올해 초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제휴협약을 맺고 우리은행의 ‘YG적금’을 내놓기도 했다.
YG적금은 지난 2월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6500개에 가까운 계좌가 개설됐다. YG엔터테인먼트 가수를 좋아하는 10대와 20대 여성이 주로 적금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YG엔터테인먼트 콘서트 10% 할인과 토익응시료 감면 등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KT그룹과 제휴해 자동차나 공장설비 등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센서를 붙이는 방식으로 우리은행에서 담보를 잡고 대출을 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분실 가능성 때문에 움직이는 자산은 담보로 쓰이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또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신규 금융상품도 개발한다.
이 행장은 삼성증권과 협약을 맺어 상품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영업점에서 삼성증권 계좌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가 큰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 업무 등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른 계열사와 협업하기 쉬운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에 비해 신규고객을 늘리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이 행장은 다른 분야의 기업과 업무제휴를 맺어 우리은행의 신규고객을 확보하려고 한다.
이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앞두고 우리은행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행장은 “민영화에 성공하려면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수”라며 “기존 금융지주회사였을 때보다 더 많은 형태의 협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