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과 관련해 승무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맞대응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소송을 당한지 한 달여 만에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에서 정면대결을 예고했다. 소송을 제기한 승무원과 합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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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승무원 김도희씨가 미국에서 제기한 손해비상 소송에 대응해 15일 변호인 선임계를 뉴욕주 퀸스카운티 법원에 제출했다.
대한항공이 선임한 변호인은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둔 초대형 로펌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승무원인 김씨는 지난달 9일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욕설을 퍼붓고 폭행했다”며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김씨의 소송제기 소식을 접한 뒤 "공식적으로 소장이 도착하면 검토를 마친 뒤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뒤 한 달이 넘도록 소송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대한항공과 김씨가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대한항공이 결국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한 것으로 볼 때 김씨와 합의나 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상황이어서 개별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변호인이 조 전 부사장 변호까지 맡을 경우 회사를 떠난 사람을 변호하는 데 회삿돈을 쓴다는 뒷말이 나올 것을 우려한 조처로 보인다.
김씨가 이번 소송을 미국법원에 냈다는 점에서 향후 재판진행 과정에 더욱 주목된다.
대한항공 변호인은 법원에 ‘제한된 출석(Limited Appearance)’을 통지했다. 재판 관할지에 피고가 거주하지 않아 이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대한항공이 뉴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재판관할권이 한국과 미국의 어느 쪽에 있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미국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면 대한항공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조 전 부사장의 회항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며 경력과 평판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소송에서 청구금액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법원과 달리 미국법원은 정신적 위자료 책정금액이 훨씬 높다. 적게 수억 원부터 100억 원 이상도 선고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김씨가 미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김씨와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에 대해 합의금 명목으로 각각 1억 원을 서울서부지법에 공탁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합의금을 찾아가지 않았다.
김씨의 변호인은 “조 전 부사장이나 대한항공과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으나 불행히도 실질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전혀 참여하지 않아 소송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가 공탁한 합의금을 찾아가지 않고 미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점으로 미뤄 미국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보상금 규모가 얼마나 될지 주목된다. 김씨는 지난달 18일 6개월간 휴직계를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