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행장이 중신용대출시장을 케이뱅크의 고객을 늘릴 수 있는 전략시장이자 틈새시장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 고객 수는 90만 명으로 성장이 더디다. 심 행장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대비해 빠르게 고객을 늘려 케이뱅크의 외형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12월 케이뱅크의 대출사업이 재개된 뒤 두 달여 만에 신용대출한도 산출체계를 바꾸고 가산금리도 낮추는 등 중신용대출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중신용대출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데는 중신용대출시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심 행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심 행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케이뱅크의 혁신은 중금리대출에 있다”며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중금리대출시장에서 시원하게 달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중금리는 일반적으로 6~10%의 금리 수준을 뜻하며 중신용대출에 적용된다.
케이뱅크가 중신용자를 위한 대출시장을 공략할 여지가 많다. 아직 시장이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 행장이 중신용대출시장에서 케이뱅크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중은행들이 선점하고 있는 고신용대출시장은 케이뱅크가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기 때문에 중신용대출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중신용자의 연체 위험성, 신용평가 비용 증가 등으로 중신용대출시장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은행연합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12월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의 중금리(6~10%미만) 대출 비중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23.4%로 높지만 케이뱅크의 27.5%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중금리대출 활성화 간담회에서 “중금리대출시장의 공백은 신용평가 역량 부족에 따라 나타나는 일종의 시장실패”라고 말했다.
심 행장은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중금리대출에 사용하고 있다. 정교한 신용평가모형은 중신용대출시장 공략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금융기관 거래 이력, 소득, 신용카드 사용 등 금융 관련 정보에만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이동통신 기반 행동 정보를 금융거래정보와 융합해 빅데이터로 분석한다.
고객의 동의를 받아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 및 할부금 납부내역, 이용 요금제 이력은 물론 해외 로밍 빈도 등 KT의 통신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다수 은행들의 중금리대출상품 한도가 1천~2천만 원이지만 케이뱅크는 신용평가모형의 차별화를 앞세워 ‘슬림K 신용대출’을 최고 5천만 원까지로 운영하고 있다”며 “신용평가 차별화를 통해 중금리대출 대상 확대와 위험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