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과 충북 청주에 새 반도체공장 건설을 위해 175조 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파격적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앞두고 충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투자 확대의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SK하이닉스가 요청한 용인시 반도체 공장단지 확보에 충분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에서 큰 비중과 위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에서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지금이 투자를 확대할 적기라는 것이다.
이로써 SK하이닉스가 21일 내놓은 미래 반도체공장 투자계획을 현실화하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
SK하이닉스는 용인에 새 공장 부지가 확정되면 2022년 이후부터 약 120조 원을 투자해 4곳의 반도체공장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20조 투자금은 현재 반도체공장 1곳에 들이는 공장 건설과 설비 투자에 모두 30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대략적으로 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120조 투자와 별도로 충북 청주에 새 반도체공장을 짓기 위한 양해각서를 3월 중 체결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앞으로 10년 동안 약 35조 원의 투자가 예정됐다.
현재 경기 이천에 건설중인 M16 반도체공장의 투자 예정 금액인 20조 원을 포함하면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 투자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금액만 해도 175조 원에 이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청주 공장 건설시기를 용인보다 더 앞당길 수도 있다"며 "투자금은 SK하이닉스가 자체 조달하며 부지 확보와 시황에 따라 계획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희 사장은 SK하이닉스의 공격적 투자를 통한 사업 확대에 다소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로 SK하이닉스가 최근 시설 투자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 5곳의 반도체공장을 새로 짓는 계획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불황기에 투자를 지속해온 업체만이 현재 경쟁에서 살아남아 메모리반도체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반도체시장은 향후 4차산업혁명에 따른 지속성장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투자 확대의 성과를 온전히 보려면 다른 반도체기업과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킬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반도체공장 증설로 생산량이 늘어 공급과잉의 위험이 커지면 첨단 반도체 공정을 통한 원가 절감 능력과 기술 우위를 갖춘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급망을 PC와 모바일분야 외에 성장성이 높은 인공지능 서버, 자동차 전장부품 등 신산업으로 빠르게 확대하는 것도 대규모 생산능력 확보를 앞두고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공장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일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외형 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를 벌인 뒤에도 기술 경쟁력이 다른 반도체기업보다 뒤처진다면 공급 경쟁에서 밀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위험 또한 존재한다.
▲ 경기 이천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 |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시설 투자계획이 대부분 확정된 만큼 앞으로 D램 미세공정과 차세대 메모리, 3D낸드 등 핵심 기술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강력한 반도체사업 육성 의지를 등에 업고 시설 투자계획을 공격적 수준으로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시설 투자금액은 2017년 연간 약 10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보인 뒤 2018년 17조 원으로 급증했다. 향후 175조 원의 투자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반도체 특성상 공정 기술이 발전할수록 투자에 필요한 금액도 늘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가 계획보다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SK하이닉스의 기술 혁신과 생산효율 개선을 중점 목표로 제시하며 대규모 투자의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준비를 갖추자는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