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10’ 시리즈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중가 모델을 새로 선보였지만 여전히 비싼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아이폰XR’을 출시하며 비슷한 판매전략을 썼지만 심각한 판매 부진으로 실패를 겪은 애플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S10과 갤럭시S10플러스, 갤럭시S10e와 갤럭시S10 5G 등 갤럭시10 시리즈 모델을 공개하고 출시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갤럭시S9 시리즈는 일반형과 플러스 모델 두 가지로 출시됐는데 올해는 가격대를 낮춘 중가 모델과 5G 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새로 추가됐다.
갤럭시S10e는 다른 모델보다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낮고 ‘엣지’ 디자인이 아닌 평면화면을 채택했으며 카메라 모듈 수와 D램 탑재량, 배터리 용량이 모두 적다.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XS’ 시리즈와 비교해 가격이 낮고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성능, 메모리 용량이 낮은 ‘아이폰XR’ 시리즈를 내놓은 것과 비슷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전자전문매체 디지털트렌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10e를 통해 애플의 전략을 따라한 것”이라며 “시장에서 얼마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10은 모든 소비자에 맞춘 스마트폰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갤럭시S10e를 출시한 것”이라며 “다양한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수요 침체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갤럭시S10e 출시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갤럭시S10과 갤럭시S10플러스는 트리플 카메라와 초음파 지문인식모듈 등 고가 부품을 탑재하고 있어 한국 기준으로 최소 105만6천 원, 최대 174만9천 원의 고가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 상승에 갈수록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다양한 가격 전략을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이런 전략을 시도했던 애플은 아이폰XR의 심각한 판매 부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아이폰XR이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해 사양은 떨어지는 반면 가격은 미국 기준 749달러부터로 여전히 비싸다는 소비자 평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갤럭시S10e의 미국 출시 가격은 749달러부터로 아이폰XR과 같게 매겨졌다. 한국 출시가격은 89만9800원이다.
애플 아이폰XR의 실패가 이 가격대로 소비자 수요를 끌어당기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전례를 보여준 만큼 갤럭시S10e도 아이폰XR의 전철을 밟아 부진한 판매를 보일 가능성이 떠오른다.
하드웨어 사양을 놓고 보면 갤럭시S10e는 올레드패널과 기본 6기가 램, 듀얼 카메라 등을 탑재하고 있어 아이폰XR과 비교해 훨씬 뛰어나다.
▲ 삼성전자 갤럭시S10e(왼쪽)와 애플 아이폰XR. |
하지만 갤럭시S10e의 비교 대상은 결국 상위 모델인 갤럭시S10이 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10 시리즈의 평균 부품원가가 갤럭시S9 시리즈와 비교해 약 10~20%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XR의 실패를 지켜봤음에도 부품원가 부담이 더욱 커져 갤럭시S10e의 가격을 더 낮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S10 시리즈의 라인업 확대로 다양한 가격대의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목표는 이뤄내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의 실패 이후에도 갤럭시S10 시리즈의 높은 가격대를 유지한 점은 아쉽다”며 “주력 모델은 갤럭시S10e가 아닌 갤럭시S10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