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석유화학설비를 짓기 위한 투자자금을 마련하는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만든 합작회사 현대케미칼의 중질유 분해설비가 착공을 앞두고 있는데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적어 외부에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17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현대케미칼의 중질유 분해설비(HPC)를 짓기 위한 투자자금을 마련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중질유 분해설비를 짓는데 필요한 투자금액이 당장 과중한 정도는 아니다”며 “금융 조달이나 회사채 등의 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6:4 비율로 만든 합작 석유화학회사로 2021년까지 2조7천억 원을 들여 중질유 분해설비를 짓는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14일 현대케미칼은 3월, 7월, 10월에 걸쳐 각각 2500억 원, 1900억 원, 3천억 원으로 모두 74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행하겠다고 공시했다.
현대오일뱅크가 4440억 원, 롯데케미칼이 2960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1626억 원에 그치는 수준임에도 투자금 마련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회사채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1월 1500억 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여기에 7200억 원의 주문이 몰렸다. 현대케미칼의 3월 증자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자금 마련은 쉽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7월과 10월에 이뤄지게 될 추가 증자 참여를 위한 자금 마련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 채무가 늘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낄 만큼 재무적 어려움을 지고 있지 않고 하반기 수익이 늘어날 수도 있는 업황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 기준 부채비율이 129.2%로 겉으로 보이는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순차입금 비율은 63.6%로 낮은 수준이며 단기 차입금 의존도로 기준을 좁히면 31.5%에 그친다.
현대오일뱅크는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유 황 함량규제가 시작되면 높은 고도화율을 바탕으로 저유황유를 생산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고도화율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저유황유 등 고부가 석유제품이 생산되는 비율로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40.6%의 고도화율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도화율 40%는 고유황유를 투입해 생산한 저유황유가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준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선박회사들이 저유황유의 재고를 축적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9년 하반기부터 연 140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대로 수익이 발생한다면 현대오일뱅크는 2022년 현대케미칼의 중질유 분해설비 투자를 위해 차입한 외부자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