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애플에 증강현실(AR) 서비스와 관련된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공급할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증강현실 마케팅의 초대 책임자를 임명하는 등 관련 제품과 콘텐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LG이노텍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30년 동안 애플에서 일해 온 프랭크 카사노바를 증강현실 서비스 마케팅 책임자로 지명했다. 2020년에 아이폰용 3D 기반 증강현실 카메라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애플이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최상위 프리미엄 아이폰 모델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는 말이 꾸준히 나왔는데 마케팅 책임자 임명으로 관련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폰 XS 시리즈의 판매 부진으로 타격을 받은 LG이노텍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된 셈이다.
증강현실 서비스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차세대 카메라 모듈을 장착해야 한다. LG이노텍은 현재 ToF((Time-of-Flight) 방식의 카메라 모듈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부품 계약을 따낼 공산이 크다.
LG이노텍이 개발한 ToF 방식의 카메라 모듈은 빛의 비행시간 측정을 통해 피사체를 인식하기 때문에 거리 제한에서 자유롭다. 피사체와 공간 사이의 거리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 증강현실 구현도 쉽다.
특히 이런 모듈은 이미지 포착과 전송 등에서 섬세한 작업을 수행하는 만큼 고도의 제조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회사는 부품회사를 신중히 고를 수밖에 없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기술력에서 애플의 신뢰를 얻고 있어 이번 수주에서도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 있다.
애플이 최근 부품처 다변화 정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이긴 하지만 세계에서 프리미엄 모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LG이노텍과 삼성전기 등 몇 곳이 되지 않아 긍정적 전망이 가능하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이 2019년부터 애플에 후면 ToF 모듈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며 “차세대 카메라 모듈 기술력에 힘입어 애플에 고부가 부품을 꾸준히 공급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LG이노텍이 애플에 ToF 카메라 모듈을 공급해 기술력을 증명하면 앞으로 열릴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여러 회사를 거래선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다. ToF 카메라 모듈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신제품으로 경쟁회사가 많지 않아 고가에 판매가 가능하다.
이 연구원은 “ToF 모듈이 채용되면 LG이노텍 2019년 영업이익은 6%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고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9년 등장할 ToF 방식 모듈은 판매가격의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업계에서 증강현실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LG이노텍에게는 호재다.
LG전자는 2월 말 공개할 신제품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G8 씽큐’에 ToF 방식의 3D(3차원) 센서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증강현실 서비스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파악한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다른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도 5G용 스마트폰에 증강현실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