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낮아질수록 은행이 고위험·고수익 대출상품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가 낮아져 은행의 수익률이 나빠지면 이를 메우기 위해 위험이 크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대출상품을 많이 다루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1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은행의 수익 및 자산구조를 반영한 통화정책 위험 선호 경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6%포인트 낮아지면 은행의 위험 가중치는 평균 2.1%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김의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은행의 위험 가중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대출의 손실 위험 정도가 높아졌다는 뜻”이라며 “이론적으로 보면 금리가 낮아지면 대체적으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은행도 고수익, 고위험 대출을 더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정책이 은행의 대출 규모를 결정짓는 ‘양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김 부연구위원은 “은행의 위험 가중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은행이 보유한 대출이나 자산의 위험수준이 높아져 신용의 질이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수준이 은행의 위험 가중치에 끼치는 영향은 은행의 수익성이 높을수록 작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1.2%포인트 높아지면 은행의 위험 가중치는 평균 1.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수익성이 높은 은행일수록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고위험·고수익 대출상품 비중을 늘릴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에서도 통화정책의 위험 선호 경로가 작동하고 있어 통화정책이 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뜻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