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원장은 8일 조직개편을 통해 금감원의 전체 팀 수를 줄이면서도 IT·핀테크전략국에 디지털금융감독팀을 신설했다. 기존 IT총괄팀을 검사기획팀과 디지털금융감독팀으로 확대한 것이다.
핀테크지원실도 핀테크혁신실로 재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핀테크혁신실은 금융회사의 준법성 향상을 위한 레그테크와 감독역량 및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섭테크 등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 섭테크는 감독(Supervis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 규제와 감독 업무를 의미한다.
기획재정부로부터 상위직급 감축 요구를 받아 팀장 수를 줄이는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주된 목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핀테크 부서에 오히려 팀이 신설된 것은 그만큼 핀테크 감독역량 강화에 윤 원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꾸준히 금감원의 핀테크 감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18년부터 KT와 함께 아시아 최초로 ‘MRR’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으로 사전 시험 과정을 진행하고 인공지능(AI) 약관 심사 시스템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도 발주한다.
'MRR(Machine Readable Regulation)‘은 금융 관련 법규를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주는 기술로 레그테크와 섭테크의 전제가 된다.
금감원은 2018년 11월과 올해 1월에 잇달아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 산하의 ‘핀테크 네트워크’와 ‘레그테크 워크스트림’에 가입해 국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로부터 레그테크 활성화를 위한 공동연구 제안을 받아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감독당국과 협력하기로 했다"며 "각 나라의 레크테크사업 추진 및 기술개발 현황, 적용사례 등을 공유하고 실무 네트워크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이 금감원의 핀테크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기술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감독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지난해 9월에 열린 제20차 통합금융감독기구회의(IFSC)에서 “핀테크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의 등장은 개인정보 침해, 사이버 보안 위협 등 새로운 위험을 초래하고 금융 서비스의 탈중개화에 따른 금융감독 사각지대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금융감독 당국으로서는 금융혁신을 장려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기술 발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금감원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에도 강조하고 있다.
그는 1월22일 열린 여신금융업권 최고경영자(CEO) 합동 조찬회에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재 4차산업과 관련해 핀테크 등으로 금융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며 “금융회사들도 그런 부분을 고려해 잘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