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안방 중에 안방인 울산에서도 수입차의 공세에 밀려 자존심을 구겼다.
현대차 내부에서 내수시장 점유율 41%를 방어선으로 보고 있다는 문건도 공개됐는데 이 수준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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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주부터 울산공장 인근에 있는 사외주차장 이용 차종을 현대차로 제한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사외주차장에 다른 차량을 주차하지 못하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입차의 내수 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 임직원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애사심을 높이도록 이런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도 수입차가 늘어나자 우선 내부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은 현대차의 안방으로 통한다. 현대차 울산공장 직원만 지난해 기준으로 2만7천여 명에 이른다. 현대위아와 현대하이스코 등 계열사 공장도 울산에 있다. 계열사와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치면 모두 3만4천 명가량이 현대차그룹과 연관돼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울산에서 보이는 차량 대부분이 현대차나 기아차였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전체 승용차 대비 수입차 등록대수가 가장 낮은 곳도 울산이었다. 지난해 울산의 수입차 등록 비율은 5.8%로 전국 평균 14.4%에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최근 울산에서도 수입차 바람이 거세다.
3월 울산의 수입차 등록대수는 267대로 지난해 3월보다 57.9%나 늘었다. 1분기 누적 등록대수도 681대로 지난해 1분기보다 42%가량 상승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 41.6%(3월), 32.7%(1분기)보다 더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울산의 수입차 등록대수는 2011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2011년 770여 대에서 지난해 2200여 대로 3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차는 현대차나 현대차그룹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30%까지 차값을 할인해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됐다.
울산뿐 아니라 내수시장에서 현대차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현대차 점유율은 3월 38.5%에 그쳤다. 지난 1월 38.1%에 이어 다시 40%대 밑으로 떨어졌다. 1분기 누적 점유율도 38.5%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현대차가 올해 내수시장 점유율 40%를 지키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최근 일부 영업점에 내수시장 점유율 41%를 유지할 수 있도록 판매량을 늘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 마지노선을 41%로 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현대차가 최근 국내시장을 분석한 문건에서 올해를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진단하며 그 배경으로 수입차의 성장, 국내 경쟁사의 성장세 전환, 현대차의 판매역량 부족을 꼽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대차는 피아트를 사례로 들며 위기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트는 1999년 내수점유율 40%가 무너진 뒤 급격한 내수판매 감소를 겪었다. 피아트는 어렵게 기사회생에 성공해 지난해 미국의 크라이슬러와 합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