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주형 일자리’를 시작으로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다른 지역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면서 군산, 구미, 울산, 거제 등이 다음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3일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를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모델로 다듬어 다른 지역 2~3곳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월31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에서 비교적 낮은 임금을 주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복리후생을 지원해 보완하는 방식의 사회통합형 일자리 창출 방안이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최근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한 완성차공장 설립에 합의한 것을 계기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사회통합형 일자리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총리가 최근 기자들에게 “광주형 일자리의 일반 모델화에 관심이 있다"며 "지역상생 일자리 모델의 가이드라인이 2월 말에 나오면 이름을 정식으로 지은 뒤 상반기에 지자체 2~3곳에 적용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전라북도 군산과 경상북도 구미 지자체장들이 광주형 일자리의 차기 모델 격인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군산은 이전에도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군산시의회가 2018년 말 ‘군산형 일자리 창출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지역 호응도 높다.
군산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 중단과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폐쇄로 지역 경제가 크게 위축돼 사회통합형 일자리의 도입을 통한 고용 창출을 적극 바라고 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시설과 노동 인력을 활용하면 자동차부품 산업 분야에 ‘군산형 일자리’를 도입하는 일이 비교적 쉽다는 장점도 있다.
경상북도 구미도 전자산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미산업단지를 기반 삼아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도입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미산업단지 가동률이 대기업 공장의 수도권·해외 이전과 내수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갈수록 떨어지면서 지역 경제가 침체되자 ‘구미형 일자리’를 돌파구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유치 추진과 ‘구미형 일자리’의 도입을 연계할 수 있다는 움직임도 지역 정치권과 노동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최근 한 매체 인터뷰에서 “‘대구경북형 일자리’란 이름을 지어 기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대기업 유치를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울산광역시도 수소차 중심으로 사회통합형 일자리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수소경제 중심의 ‘울산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2018년 말부터 여러 차례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울산을 찾은 자리에서 “울산에 맞는 울산형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송 시장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상남도 거제도 지역 주력산업인 조선업의 구조조정으로 지역 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회통합형 일자리가 도입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국내 조선 인력이 숙련도는 높지만 인건비가 중국보다 최대 6배 높은 점을 감안하면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크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현대차의 노사갈등이 크게 불거진 점을 감안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도입했을 때 자칫 비슷한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의 도입에 반발하면서 설 연휴가 지난 뒤 투쟁을 본격화할 방침을 세웠다.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적용한 기업이 지속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불확실한 점도 전국 확산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도 계약 생산기간인 5년 이후에 지속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며 “고임금 업종이 제한된 점을 생각하면 사회통합형 일자리가 모든 산업으로 확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