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롯데카드 인수 과정에서 자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모펀드와 손을 잡는 전략을 펼칠 수도 있다.
31일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화생명은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과 MBK파트너스는 각각 30일 마감된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롯데카드 예비입찰에는 한화생명과 MBK파트너스 외에도 하나금융지주,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 등 10여 곳이 들어왔다.
한화생명은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힌다.
예비입찰에 참가한 10여 곳 대부분이 재무적투자자(FI)인 가운데 한화생명과 하나금융지주만 전략적투자자(SI)로 알려졌다.
재무적투자자인 사모펀드들이 카드사를 인수하려면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재무적투자자는 기업을 인수한 뒤 매각을 통해 차익을 내기 위해 기업인수에 뛰어든 것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곱지 않다는 점이 인수절차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화생명이 롯데카드와 같은 대기업 금융 계열사라는 점에서 금융지주인 하나금융지주보다 유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롯데카드가 인수 된 뒤에도 대기업 문화가 있는 한화그룹 안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할 가능성이 금융지주보다는 크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의 경영권은 내놓지만 매각 뒤에도 롯데지주를 통해 롯데카드의 주주로서 지위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므로 매각 뒤 롯데카드의 안착 여부를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생명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데 걸림돌은 자본이다.
한화생명을 비롯해 국내 보험사들은 모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한화생명은 2018년 3분기 말 기준으로 규제기준상 자본은 11조6732억 원, 지급여력(RBC)비율은 221.6%다. 지급여력비율은 국내 생명보험사 평균인 272%보다 낮다.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데 들어갈 자금만큼 보유 자본은 줄고 자본 적정성 유지를 위한 요구자본 기준은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한화생명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의 희망가격을 1조5천억 원 수준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이 혼자서 롯데카드를 인수하려면 최소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생명으로서는 인수 가능성이 높더라도 혼자서 모든 인수대금을 부담하는 것 보다는 사모펀드와 손을 잡는 편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MBK파트너스는 예비입찰 전부터 한화생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로서는 전략적투자자와 손을 잡아야 인수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데다 금융당국의 인가 등 변수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컨소시엄 구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해석도 있다.
MBK파트너스가 국내 대형마트 점유율 2위인 홈플러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롯데카드 인수를 통해 유통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제 예비입찰이 시작된 시점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컨소시엄 구성 등과 관련해서도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