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정성립 STX조선해양 사장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추천하면서 구조조정의 터널을 빠져나오려고 하는 STX조선해양을 어떻게 할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STX조선해양을 대우조선해양에 떠넘기려고 한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홍 회장이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을 합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STX조선해양은 어떻게 되나
STX조선해양은 당황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자율협약 상태에서 어렵사리 정 사장을 대표로 영입한 지 1년 여 만에 수장을 잃게 됐다. 후임사장도 아직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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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후임사장 선임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채권단이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어 후임 선임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정 사장과 함께 조욱성 STX조선해양 부사장도 대우조선해양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조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몸담고 있다가 2007년 정 사장이 대표로 있던 대우정보시스템으로 옮겼다. 지난해 다시 정 사장을 따라 STX조선해양 부사장을 맡은 정 사장의 측근이다.
조 부사장이 정 사장과 손발을 맞춰 일해 온 것으로 볼 때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으로 가면 조 부사장도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부사장단이 대거 물러났다.
만일 정 사장에 이어 조 부사장도 STX조선해양을 떠나게 되면 STX조선해양은 경영공백 사태를 우려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7일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을 대우조선해양에 떠넘기려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 사장 추천은 과거 부도난 대한조선을 대우조선에 떠넘겼듯이 STX조선해양도 같은 방법으로 정리하려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STX조선 경영이 정상화되기 전에 정 사장을 대우조선해양으로 옮기는 것은 STX조선이 죽어도 된다는 생각인지, 굳이 대우조선에 와야하는 이유가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해명을 요구했다.
◆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 합병하나
업계에서 앞으로 STX조선해양 사장에 김연신 전 성동조선해양 사장이 발탁돼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합병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전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출신으로 선박영업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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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신 전 성동조선해양 사장 |
김 전 사장은 2012년 7월 성동조선해양 부사장으로 발탁된 뒤 2013년 4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김 전 사장은 비교적 괜찮은 수주실적으로 채권단관리중인 성동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출자전환 지연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6월 물러났다. 그 뒤를 이은 정광석 전 사장 역시 지난해 말 사임해 현재 성동조선해양은 구본익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합병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은 각각 채권단으로부터 3조 원, 1조9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나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을 합병할 수 있다는 관측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소형 조선사들 사이에 경쟁하기보다 합병으로 시너지를 내고 조선업황 부진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성동조선해양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에 계속 통합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은 올해 2월 기준 수주잔량 각각 357만CGT와 199만CGT를 기록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수주잔량은 556만CGT 수준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세계 3위까지 올라서게 된다.
김 전 사장은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과 경기고 동문이다. 김 전 사장이 STX조선해양 사장을 맡아 홍 회장을 축으로 산업은행이 거느린 양대 조선사에 모두 경기고 동문이 자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