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넷플릭스와 공생을 선택한 결과로 인터넷TV(IPTV) 가입자를 늘리는 데 성과를 내고 있다.
27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하 부회장은 넷플릭스와 IPTV 프리미엄 상품을 묶은 새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넷플릭스와 협력관계를 더 단단히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존에 별도로 이용해야 했던 넷플릭스 콘텐츠와 IPTV 프리미엄 상품을 결합한 새 IPTV 요금제를 출시한다”며 “넷플릭스와 상세한 내용 및 홍보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 부회장은 글로벌 공룡 미디어그룹인 넷플릭스와 공생을 선택해 이통사들의 미디어사업 경쟁에서 IPTV 가입자를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넷플릭스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는데 같은 달 IPTV 가입자 순증 수가 4만2천여 명으로 통신3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KT 1만4천여 명, SK브로드밴드는 2만3천여 명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가파르다.
비용을 들여 독자적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대신 인기가 높은 콘텐츠를 확보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누렸다.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독점해 IPTV 가입자를 늘린다는 하 부회장의 전략은 또 다른 IPTV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미디어사업에서 대응하는 방식과 대조적이다.
SK텔레콤은 자체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와 지상파3사의 온라인 플랫폼인 ‘푹’을 통합해 플랫폼 사업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 부회장은 SK텔레콤처럼 넷플릭스와 맞대결을 펼치기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콘텐츠를 확보하는 ‘공생전략’이 LG유플러스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가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자체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확장에 공을 들이는 동안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라는 검증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단기간에 가입자를 모으는데 우선 순위를 둔 셈이다.
넷플릭스는 IPTV 사업자에 다소 불리한 수익 배분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진 만큼 넷플릭스와 동행하겠다는 하 부회장의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 부회장이 넷플릭스와 공생으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가입자를 늘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짐작되는 이유다.
하 부회장은 넷플릭스와 공생이 IPTV 가입자를 늘리는 성과를 확인한 만큼 넷플릭스와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와 협력 강화는 5G 개인 서비스 상용화 전까지 IPTV 가입자를 늘려 최대한 많은 고객의 발을 묶어두겠다는 하 부회장의 의지로 읽힌다.
가입자를 우선 확보하면 5G가 도입된 뒤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로 유도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IPTV는 한 번 가입하면 해지하는 데 최소 1년이 걸린다. 매달 내는 요금을 줄이기 위해 IPTV 가입자는 대부분 약정 가입을 하는데 가장 작은 약정단위가 1년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할인혜택이 제일 크기 때문에 3년 약정을 선택하는 가입자가 많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통통신3사 가운데 만년 3위지만 IPTV 가입자를 꾸준히 늘려가면 콘텐츠 중심의 5G 시대로 넘어가는 흐름에서 기회를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11월 말까지 모두 398만여 명의 IPTV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KT는 스카이라이프와의 결합상품을 포함해 IPTV 가입자를 783만여 명, SK브로드밴드는 470만여 명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LG유플러스는 SK브로드밴드와 IPTV 가입자 수에서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2018년 상반기 두 회사의 가입자 수는 82만여 명 차이가 났는데 2018년 11월 말까지 누적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72만 명으로 격차가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