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품 수요에 실적을 의존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책임지는 핵심 협력사로 위상이 높아졌다.
삼성전자가 올해 스마트폰 하드웨어 발전의 중심을 카메라 성능 강화에 두면서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기술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20일 시장 조사기관의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스마트폰시장에서 카메라 성능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와 비보,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는 지난해 프리미엄과 중저가 스마트폰에 모두 최신 카메라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면서 판매량과 점유율을 크게 늘리는 성과를 봤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2018년 스마트폰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멀티 카메라 채용 확대"라며 "중국업체들이 유행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화웨이는 지난해 7월 판매한 스마트폰의 84%, 비보는 61%, 오포는 37%에 듀얼 카메라 등 멀티 카메라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탑재 비중은 24%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멀티 카메라를 탑재하는 대신 부품 원가 절감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인도와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수요를 대거 빼앗기며 판매 부진을 겪었다.
반면 최근에는 멀티 카메라 채용이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1월 말 인도에 출시를 앞둔 ‘갤럭시M20’은 20만 원대의 낮은 가격에도 뒷면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해 광각사진 촬영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지난해 말 공개된 갤럭시A9는 뒷면에 4개, 갤럭시A7은 3개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에 멀티 카메라를 적극 탑재하면서 시장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며 "카메라 모듈업체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2월 공개하는 갤럭시S10 시리즈와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트리플 카메라 등 고사양의 멀티 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에 고성능 카메라 모듈의 공급을 대부분 책임지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 전략 변화에 맞춰 제품 경쟁력 확보에 갈수록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여러 개의 카메라 모듈을 멀티 카메라로 조립해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카메라 모듈 자체의 기술력도 삼성전자 협력사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카메라 강화 노력에 삼성전기가 가장 필요한 조력자인 셈이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 공급에 실적을 의존한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면 부품 수요가 줄거나 원가 절감을 위해 고가 부품의 탑재 비중이 낮아지면서 삼성전기 실적에 타격이 번지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제는 스마트폰 판매 반등을 위해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기술력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면서 삼성전기가 차지하는 위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부품에도 공급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장용 카메라 모듈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라 고객사와 협업상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