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과 관련해 제재 수위가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사업으로 조달한 금액을 부정 사용했다며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정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해 말 한 차례 결정을 미뤘던 만큼 10일 열린 회의에서는 결론을 낸다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8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징계 수위 결정과 관련해) 개인투자자에 당장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아닌만큼 최대한 여러 사안을 고려할 시간을 두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취임한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발행어음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불거져 맥이 빠질 수 있다.
금감원의 징계 수위 결정이 미뤄지면서 관련 사안이 계속해서 거론되는 것 자체가 한국투자증권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뿐더러 제재를 피한다 하더라도 발행어음사업은 조심스럽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투자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에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암묵적으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만큼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사업과 관련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동원증권 재직 시절부터 30년 넘게 기업공개, 기업금융 등 투자금융(IB)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IB(투자금융)맨’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이 본격적으로 투자금융부문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대표이사를 맡으며 마음껏 역량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투자금융의 핵심인 발행어음사업이 위축될 상황에 놓여 정 사장으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발행해 판매할 수 있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투자금융사업의 핵심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더욱이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시장에서 한국투자증권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만큼 정 사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발행어음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특수목적법인(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빌려주면서 자본시장법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사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SR) 계약을 맺고 SK실트론 지분 19.4%를 사들이면서 금감원이 이를 사실상 ‘개인대출’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발행어음으로 얻은 자금은 개인 신용공여나 기업금융과 무관한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