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행동주의 강화 움직임이 올해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1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주주 행동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시작을 알린 KCGI가 한진그룹에 공세 수위를 높이며 주주 행동주의에 앞장서고 있다.
KCGI는 3일 투자목적 자회사 엔케이코홀딩스, 타코마앤코홀딩스, 그레이스앤그레이스 등을 통해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 지분 8.03%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다른 투자목적 자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고 한 달 뒤 한진칼 지분 1.81%를 추가로 매입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KCGI가 한진과 한진칼 모두에서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한진의 감사 자리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과 한진의 이사직 임기와 조원태 한진칼 사장의 이사 임기가 2020년 3월에 끝나는 만큼 KCGI의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 확보와 행동주의 움직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KCGI가 한진그룹 경영참여 시도로 사회적 이목을 끌자 사모펀드를 비롯해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2018년 7월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2018년 12월에 스튜어드십코드의 행사를 위한 수탁자책임실을 만들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한 3대 주주다. 10.81%의 지분을 보유한 KCGI와 행동을 같이 한다면 충분히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한국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다.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도 행동주의를 내세운 펀드를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 플랫폼파트너스는 2018년 9월 맥쿼리인프라를 상대로 운용사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행동주의 펀드 등의 활동으로 주주권 행사가 강화되면서 기업의 주가 흐름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바라본다.
국민연금 같은 대규모 투자자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배당이 늘어나고 기업지배 구조가 건전해지면서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자투표 도입 장려, 집중투표제 도입 등 제도적으로도 행동주의 펀드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한 현금에 비해 배당이 낮은 기업, 경쟁기업 대비 낮은 성과로 가치가 떨어진 기업 등이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취득 대상이 될 것으로 제시됐다.
김 연구원은 “배당이 낮은 기업은 합리적 수준으로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 받을 수 있다”며 “기업가치가 떨어진 기업에는 사업 구조조정과 자회사 매각 등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