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를 위한 일정을 잡았지만 업계의 분위기는 잠잠하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데다 케이뱅크의 고전을 지켜본 터라 인터넷전문은행에 발을 들이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왼쪽)와 케이뱅크(오른쪽) 로고. |
10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확실하게 밝힌 회사는 키움증권이 유일하다.
정부는 올해 2개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가로 낼 계획을 세웠다.
네이버, 키움증권, 인터파크 등 정보통신기술(IT)에 강점을 지닌 회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키움증권을 빼면 다른 회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컨소시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다양한 금융회사들과 컨소시엄 구성을 조율하고 있으며 23일 금융위의 인가심사 설명회도 참석할 것”이라며 “카카오뱅크처럼 소수의 대주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일정이 시작됐는데도 회사들의 반응이 잠잠한 것을 두고 카카오뱅크가 1위 자리를 굳힌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을 회사들이 매력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눈 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주 이용층인 20~30대에서 큰 강점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의 주요 고객인 20~30대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 생겨도 카카오뱅크의 지위를 위협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사례를 보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운영에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점도 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1조 원 이하의 자본금으로는 제 3,4 인터넷전문은행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각각 1조3천억 원, 4800억 원 수준인데 케이뱅크도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자본금을 1조 원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출범을 준비할 때만 해도 자본금 3천억 원 규모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카카오뱅크가 독주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을 흔들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는 네이버가 꼽힌다.
하지만 네이버는 인가 일정이 시작됐음에도 구체적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은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지난해와 같은 대답을 내놨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는 회사가 많지 않다”며 “정부가 2개의 인가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회사들의 반응이 적어 이를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