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9-01-08 15: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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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과 유안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가 정보통신기술(ICT)회사의 증권업 진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회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리테일 강자’로 꼽히는데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최대 기술회사들이 증권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위탁매매 분야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
8일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회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기술 기반회사들이 증권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가 지난해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통해 바로투자증권 인수계약을 맺은 데 이어 네이버 역시 증권사를 손에 넣기 위해 적당한 매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플러스는 이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최근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회사들이 잇따라 증권업에 관심을 나타내는 것을 감안하면 네이버가 뒤를 따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업계는 내다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미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전통 금융업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물결”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카카오나 네이버 등 기술기반회사들이 증권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키움증권과 유안타증권 등 주식 위탁매매 분야에서 ‘강자’로 꼽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기술 기반회사들이 증권사를 인수하면 가장 먼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주식 위탁매매사업에 팔을 걷어 붙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는 중개의 영역으로 고객과 접점이 중요하다”며 “카카오나 네이버가 풍부한 사용자 기반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을 자체 주식 거래 서비스로 끌어들이는 것 역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편리한 사용자화면(UI)과 사용자경험(UX)을 만들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처음 모바일 플랫폼을 선보였을 때 깔끔한 화면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모임통장’이나 ‘26주적금’ 등 신선한 금융상품으로 단기간에 많은 소비자들을 확보하기도 했다.
▲ (왼쪽부터) 서명석 황웨이청 유안타증권 공동대표 사장.
국내 증권사들이 모바일 플랫폼과 관련한 기술력과 고객 친화적 환경구축에서 한발 뒤처져 있는 틈을 타 정보통신기술 강자들이 주식 거래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유안타증권은 오프라인에서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의 강자로 꼽히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 직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키움증권은 모바일 플랫폼 ‘영웅문S’로 큰 인기를 끌며 온라인 위탁매매부문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내고 있으며 유안타증권은 옛 동양증권 시절 확보한 영업점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영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이용해 글로벌 진출, 대체 투자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증권사들은 아직까지 위탁매매가 중심이며 새로운 사업부문을 빠르게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반면 카카오와 네이버 등 기술기반 회사들이 주식 위탁매매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한다고 하더라도 증권업의 전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미미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화통화에서 “증권사들은 직접 상품을 만들어서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데 이때 필요한 것이 자본”이라며 “결국 네이버와 카카오가 증권업을 영위하면서 어느 정도의 자본을 투입할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