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요가 급증하며 전체 시장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은 저마다 다른 전략을 앞세워 낸드플래시시장 경쟁에서 실적 타격을 최소화하고 점유율을 늘릴 기회를 찾고 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8일 시장 조사기관의 분석을 종합하면 2018년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트너는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2018년 내내 공급 과잉의 영향을 받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6.5%의 성장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이 연간 30% 가까운 하락폭을 보인 것으로 추정되는 점과 비교하면 매출 하락을 만회하고 남을 정도로 큰 폭의 수요 증가가 나타난 셈이다.
스마트폰과 PC 제조사, 서버업체 등 반도체 주요 고객사가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낮아지자 구매를 적극 늘린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낸드플래시시장은 2019년에도 폭발적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반도체 가격이 더 낮아지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증권사는 올해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격 하락에 맞춰 낸드플래시 수요도 더 가파르게 증가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은 이런 시장 변화를 낸드플래시사업의 성장기회로 삼기 위해 저마다 다른 사업 전략을 준비하며 대응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국면에서 고객사의 주문을 가장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 중장기적으로 업황 회복의 수혜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사물인터넷기기 등 새 산업분야에서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에 맞춰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고 있는 점도 고객사 수요를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가격 부담이 낮아진 고용량 메모리의 출시 확대를 통해 전자제품과 서버 제조사의 낸드플래시 고용량화를 적극 유도하는 방식으로 판매 증가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초로 상용화한 92단 3D낸드와 QLC(쿼드레벨셀) 공정 기반 SSD가 모두 고용량 메모리의 생산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어 경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1~4테라바이트 용량의 소비자용 중저가 SSD를 내놓고 512기가 모바일 메모리의 고객사 기반을 확대하면서 고용량 메모리로 출하량 증가 효과를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공격적 수준의 생산 투자를 지속하는 전략으로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인포메이션네트워크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출하량 증가율은 22.4%를 보였다. 낸드플래시 투자를 늘린 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미국 마이크론의 낸드플래시 출하량이 같은 기간 13% 늘고 삼성전자의 출하량은 오히려 3% 줄어든 것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전용으로 운영하는 청주 M15 반도체공장의 가동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만큼 올해도 경쟁사보다 강력한 수준의 물량 확대 전략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개발해 공급하는 낸드플래시.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유리한 환경을 맞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마이크론과 도시바메모리, 웨스턴디지털 등 해외 반도체기업이 기술 발전에 상대적으로 고전해 출하량 증가를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크게 늘리면 가격 하락의 영향을 만회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충분히 방어할 수도 있다.
디지타임스는 "2019년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율은 약 39%로 지난해를 넘어설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기업이 더 치열한 경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중국 반도체기업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낸드플래시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올해 반도체사업에서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