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KB금융그룹 계열사 인사와 KB금융지주 인사를 통해 강력한 리더십을 다시 한 번 다졌다.
30일 KB금융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발표된 KB금융그룹 인사를 통해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 대표들의 겸직이 대폭 확대되면서 이들이 계열사 실적 향상은 물론 KB금융지주와 계열사의 시너지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디지털혁신부문장을 맡았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는 자본시장부문장을,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은 보험부문장을,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개인고객부문장을 맡았다.
이 가운데 자본시장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부문이 이번에 신설됐다.
KB금융그룹에서 자산 규모 1~4위 계열사를 이끄는 대표들이 각 부문을 맡아 지주사와 계열사, 혹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회장은 겸직 확대를 통해 KB금융그룹이 추구하는 ‘원 펌(하나의 회사) 전략’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윤 회장은 2014년 처음 회장에 오른 뒤부터 지금까지 틈 날 때마다 ‘하나의 회사, 하나의 KB’(One-Firm, One KB)를 강조하고 있다.
윤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계열사 대표들의 경쟁을 유도하면서 리더십을 한층 공고히 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음 회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4명이 모두 비슷한 역할과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뚜렷한 2인자가 없는 기조가 이번에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지주에서는 행장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의 인사권을 모두 쥐고 있는 막강한 권력의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향한 내부 권력 다툼이 리스크로 작용하는 일이 잦았다.
최근 신한금융그룹도 인사를 놓고 내홍을 겪었다.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2인자인 위성호 신한은행장 체계가 출범한 2017년부터 둘의 불안한 동거를 놓고 우려의 시선이 따라다녔다.
반면 KB금융그룹에서는 확실한 2인자가 보이지 않는다.
다음 회장 후보군 가운데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는 하지만
허인 행장을 비롯해
박정림 대표,
이동철 사장 역시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그룹 내 위상 등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
허 행장은 KB금융지주 순이익 70%가량을 차지하는 KB국민은행을 이끌고 있으며
이동철 사장은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찬바람이 불고 있는 카드업계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정림 대표는 KB금융그룹에서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KB증권의 대표에 오르면 단 번에 존재감을 키웠다. 박 대표는 KB증권 이사회 의장도 맡아 무게감도 더해졌다.
4명 모두 1961년~1963년 사이에 태어나 연배도 비슷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을 제외하면 뚜렷한 2인자나 강자가 없는 권력 분배형 인사를 보여줬다”며 “기회를 균등하게 주고 무한경쟁을 통해 성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윤 회장의 성과주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