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삼성카드가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상품 취급을 중단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다른 카드회사들과도 속속 복합할부금융 취급을 그만두고 있다.
현대차는 삼성카드와 진행하던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이 결렬됐다고 25일 밝혔다. 두 회사는 가맹점 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복합할부금융은 취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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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삼성카드 고객은 앞으로 현대차 차량을 살 때 복합할부금융을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일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이용한 거래는 계속 할 수 있다.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가 자동차를 신용카드로 사면 캐피탈회사가 결제대금을 카드회사에게 대신 내는 상품이다. 소비자는 대신 오토론 대출을 통해 캐피탈회사에게 매달 할부로 자동차값을 낸다.
현대자동차는 삼성카드에 기존 1.9%였던 삼성카드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체크카드와 같은 1.3%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삼성카드는 1.5%를 제시했으나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삼성카드는 2013년 기준으로 1조3천억 원의 복합할부금융을 취급했다. 현대카드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수치다. 그러나 삼성카드는 복합할부금융을 포기하고 현대차와 가맹점 계약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구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삼성카드에게 현대자동차와 가맹점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이 매출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할부금융은 삼성카드의 취급중단으로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쌍용자동차와 GM대우는 복합할부금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시장 점유율 63%를 차지하는 현대차 기아차가 대부분의 카드회사와 복합할부금융 취급중단에 합의한 상태다.
현대차는 복합할부금융시장이 지난해 4조6천억 원 규모까지 커지면서 카드결제수수료 부담이 늘자 수수료율을 낮추지 않으면 복합할부금융을 취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비씨카드와 신한카드는 이에 앞서 현대차 대상의 복합할부금융 취급을 중단했다. 수수료율을 결정하지 않은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도 복합할부금융을 그만둘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카드는 복합할부금융 시장점유율 1위이나 현대차의 방향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KB국민카드와 복합할부금융 취급 유지를 합의했다. KB국민카드는 현대차의 요구에 따라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인 1.5%로 내렸다. 취급기간도 1년에 불과해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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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사장 |
기아차도 비씨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와 복합할부금융을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를 상대로 진행중인 수수료율 협상도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캐피탈은 카드회사들이 대부분 복합할부금융을 중단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캐피탈은 복합할부금융이 시작된 2009년 이전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점유율 87%를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하반기에 입법예고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오토론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복합할부금융 수요가 현대캐피탈로 몰리면서 수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캐피탈회사들은 반대로 복합할부금융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2013년 자동차 신규할부금융매출 10조8천억 원 가운데 2조7천억 원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복합할부금융에서 나왔다. 이때 얻었던 수익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