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운동가 김규식(왼쪽)이 1919년 8월 6일 파리를 떠나며 한 고별 연설 내용이 담긴 프랑스 일간지 '라 랑테른'의 기사(오른쪽). <재불사학자 이장규씨 제공=연합뉴스> |
대한민국 임시정부 부주석을 지낸 김규식 선생이 파리 체류 시절 한국 문제에 무관심한 서구 열강을 성토하는 연설을 한 내용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24일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1919년 8월8일자 프랑스 일간지 라랑테른에 실린 ‘뒤파얄에서의 한국:정말 아시아의 알자스-로렌이 존재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 김규식 선생의 파리 연설 내용이 담겼다.
김 선생의 연설은 1919년 8월6일 열린 파리외신기자클럽 연회 겸 김 선생의 환송연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는 임시정부 외무총장과 파리위원부 대표로 파리에서 1919년 3월부터 5개월가량 활동하다가 이승만의 초청으로 미국에 가게 됐다.
김 선생은 서구 열강들의 한국 문제를 향한 무관심을 성토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프랑스 정부의 강경파가 자리에 있었다면 멱살을 잡힐 수 있을 정도로 격정적 연설을 했다.
기사는 또 김 선생이 4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고 독립국가로 존재하다가 일본의 속박 아래 꼼짝 못하고 떨고 있는 2천만 영혼의 간청에도 성의 있게 대답하지 않으면서 정의와 사상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프랑스에 경악했다고 전했다.
김 선생은 “여기 모인 사람 중 옛날 선원들이 섬으로 알았던 머나먼 한국을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있다면 서울에 직접 가볼 만큼 호기심을 지녔던 루이 마랑 정도”라고 말했다.
루이 마랑은 한국 친우회를 만들어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운 프랑스 국회의원이다. 기사에 따르면 루이 마랑 등 참석자들은 연설을 들은 뒤 한국을 지지하고 일본은 비판하는 발언을 돌아가면서 했다.
김 선생의 환송연이 열렸고 연설이 있었던 사실은 사료로 남아 있으나 연설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확인된 내용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시정부의 ‘구주의 우리사업’ 보고서에는 1919년 8월6일 파리만국기자구락부에서 김 선생의 환송연이 열려 칠십여 명이 모인 가운데 김 선생이 보고 연설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마리오랑주 리베라산 파리7대 한국학과 교수는 27일 서울 광복회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3·1운동과 프랑스 언론’을 발표하며 이 기사를 함께 소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