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1950년대생 CEO(최고경영자)가 하나둘 물러나고 1960년대생들이 전진배치되고 있다.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부는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젊은 CEO로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960년대생 행장이 대거 등장한 데 이어 올해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에서도 1960년대에 태어난 CEO들이 늘어나고 있다.
KB금융그룹에서도 1960년대생의 전진배치가 두드러진다. 이날 발표한 KB금융그룹 인사에서 4명의 1960년대생 CEO가 나왔다.
KB증권에서 박정림 WM부문 부사장과 김성현 IB총괄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는데 이 둘은 1963년생으로 동갑내기다.
이밖에
박지우 KB캐피탈 사장이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황수남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황 전무는 1964년생으로 현대캐피탈 출신이다.
KB부동산신탁에서도 1958년생인 정순일 사장이 물러나고 김청겸 KB국민은행 영등포 지역영업그룹대표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김기헌 KB데이타시스템 사장(1955년생)도 용퇴하기로 하면서 KB금융그룹 12개 계열사 대표 가운데 1950년대생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KB금융그룹에는 이미 1970년대생 CEO까지 등장했다. 올해 초 KB인베스트먼트 수장으로 영입된 김종필 대표는 1970년에 태어났다. 김 대표의 선임은 그동안 그룹 출신이 대표를 맡던 관행을 깼다는 점과 함께 40대 CEO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낳았다.
최근 인사를 발표한 NH농협금융지주에서는 2명의 1960년대생 CEO가 새로 나왔다.
홍재은 NH농협생명 신임 대표이사와 이구찬 NH농협캐피탈 신임 대표이사는 모두 1960년에 태어났다. 전임인 서기봉 대표와 고태순 대표는 모두 1950년대생이다.
이번 인사로 NH농협금융지주에서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등 주요 계열사 대표 가운데 박규희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1960년대생으로 채워졌다.
이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으로 1964년생이다.
보수적이고 관료적 조직인 농협 역시 금융권 전반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에서도 내년 3월 대대적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떠오른다.
신한금융그룹은 1950년대에 태어난 CEO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하고도 7명에 이른다.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1958년생이며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은 1955년생이다. 이밖에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 1959년생, 설영오 신한캐피탈 사장이 1959년생,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사장이 1956년생, 윤승욱 신한신용정보 사장이 1959년생이다.
올해 후배를 위해 ‘용퇴’를 결정한 수장들도 많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11년 동안 한국투자증권에서 CEO를 지냈지만 올해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
유 부회장의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게 된 정일문 사장은 1963년생으로 유 부회장보다 3살 적다.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역시 연임이 유력한 상황에서도 용단을 내렸다. 김 회장은 1954년생이다.
김 회장은 11월 말 JB금융지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2013년부터 6년 동안 회장을 맡아 JB금융그룹을 크게 키웠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바로 지금이 후배들에게 길을 터줄 때”라며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취임한 은행장의 상당수도 1960년대 생인 만큼 금융권에서 전반적으로 세대교체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