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기업들은 불법복제와 대기업들의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 때문에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소프트웨어기업이 어떻게 국내시장에서 처한 한계를 극복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서 대표는 원격제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알서포트를 설립할 때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
그는 소프트웨어기업의 빈약한 자금력을 극복하기 위해 현지 대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법으로 알서포트를 짧은 시간에 글로벌 원격제어 소프트웨어기업의 강자로 일으켜 세웠다.
알서포트 외에도 투비소프트 등 국내 소프트웨어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고 있다. 그러나 자칫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해외진출을 꾀하다 기술만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 알서포트, 해외에서 인정받아 투자 유치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알서포트는 지난해 매출 200억7천만 원 가운데 60%를 해외시장에서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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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알서포트> |
알서포트는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기업들이 불황을 겪은 탓에 국내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억 원 줄었다. 하지만 불리한 환율여건 속에서도 일본 등 해외시장 매출이 2013년보다 3억 원 증가했다.
알서포트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에서 원격제어 소프트웨어 점유율 34%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분야 강자다. 글로벌시장 전체로 따져봐도 원격제어 분야 5위에 올라있다.
서 대표는 “알서포트는 경쟁기업보다 미래 트렌드를 빨리 읽고 클라우드모델 등의 비즈니스모델 도입을 앞당겼다”며 “현재 국내시장 점유율은 약 80%로 압도적 1위고 일본시장에서도 점유율 70%를 기록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2001년 알서포트를 설립했다. 당시 단일패키지 상품 위주이던 소프트웨어상품을 표준화한 클라우드 기반 모델로 탈바꿈시켜 단숨에 국내 원격제어 소프트웨어 분야 1위로 올려놓았다.
서 대표는 그러나 국내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재빨리 해외로 눈을 돌려 2002년 회사설립 1년 만에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서 대표는 해외사업을 늘리면서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직면했다. 서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대형 파트너를 든든한 우군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서 대표는 2012년 일본 거대 통신기업 ‘NTT도코모’로부터 알서포트에 15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이 투자가 알서포트가 글로벌 강자로 발돋움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서 대표는 NTT도코모에게 거액의 투자를 받기 위해 알서포트의 높은 실력과 미래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서 대표는 NTT도코모에 스마트폰 원격지원사업을 제안해 NTT도코모가 6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알서포트는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지난해 3월 NTT도코모의 지분 55%를 끌어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두 회사는 글로벌 이동통신기업들에게 원격지원 솔루션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알서포트는 지난 18일에도 티맥스소프트와 해외진출을 서로 돕기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알서포트는 이 밖에도 삼성전자, 원플러스원,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나 이동통신사와 현재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서 대표는 해외시장을 확보하려면 우선 제품의 안정성, 성능 등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 대표는 "글로벌 파트너들이 알서포트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경쟁기업 제품보다 좋기 때문"이라며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기술과 제품의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소프트웨어기업 해외진출의 명암
알서포트처럼 국내시장의 한계를 해외에서 극복하려는 소프트웨어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이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으면서 해외에서 살길을 찾으려고 한다.
김상배 나모인터렉티브 대표는 최근 국내시장 상황을 통에 비유하며 "작은 통(시장)에 너무 많은 것(공급)들을 집어 넣으려다 보니 고통이 따르고 있다"며 "통을 늘리려면 해외로 나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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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 |
개발자용 소프트웨어도구를 개발하고 있는 투비소프트도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는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지난해 투비소프트의 해외시장 매출을 20억 원가량 늘렸다.
그러나 많은 소프트웨어기업들은 여전히 해외진출을 주저한다. 해외시장 진출 노하우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형곤 대표도 “어디 가 물어볼 데가 없었다”라는 말로 소프트웨어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기관이 국내 우수 소프트웨어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열린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포럼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최우혁 미래부 소프트웨어산업 과장은 "올해 정부가 소프트웨어 부문 육성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개발뿐 아니라 해외진출에 대해 대규모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우혁 과장은 "정부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하는 다양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소프트웨어기업들이 준비되지 않는 채 해외에 진출하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해외진출에 대한 경험이 없고 정부의 지원도 미미한 상황에서 현재 보유한 경쟁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해외기업에 기술을 넘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기술제휴 형식이 아닌 완전한 ‘사업이민’ 형태의 해외진출도 점차 늘고 있어 소프트웨어 인력의 해외시장 유출문제도 점차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소프트웨어시장은 시장 규모만 1조3천억 달러에 이른다”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대우가 훨씬 좋기 때문에 인력유출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