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관 사이의 갈등은 금융위가 11일 금감원의 2017년 경영평가 결과를 C등급으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격화됐다. 경영평가는 S, A, B, C, D, E 등 6개 등급으로 매겨지는데 등급에 따라 임직원의 성과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2017년에도 경영평가 C등급을 받아 임직원의 성과급이 30% 정도 줄었다.
금감원의 임직원들은 금감원이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C등급을 받으면서 올해는 지난해 줄어든 성과급에서 더 줄어든 성과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의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된 11일 금감원은 ‘원내 사정’이라며 13일로 예정돼 있던 윤 원장의 송년 기자간담회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와의 갈등 때문에 송년 기자간담회를 연기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예산안과 경영평가 결과와 관련된 현안이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이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기에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의 기자간담회 연기는 두 기관 사이의 관계가 민감해진 시기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관련 질문에 답변하다가 불필요한 구설에 오르게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7월에 열린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어떻게 보면 금융회사들과 전쟁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지나치게 과격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최종구 위원장도 윤 원장과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6일 금감원을 직접 방문해 윤 원장을 만나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기를 고려하면 금감원의 예산안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고 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두 사람이 최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것은 금감원 예산안 문제로 다투는 것이 금융위와 금감원 두 기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2019년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윤 원장이 울며 겨자 먹기로 어느 정도 삭감은 감내하고 별다른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의 예산안 문제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문제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예산안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관리를 받게 된다. 금융위로서는 밀접한 산하기관의 예산안 관리를 빼앗기게 되는 셈이라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금감원으로서도 상위 감독부처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최 위원장의 노력으로 관련 논의가 2019년으로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의 지적 등이 나오며 금감원의 방만경영 문제가 부각됐다.
이에 따라 최 위원장은 올해 금감원의 예산안을 공공기관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2019년 1월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최 원장은 11월19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 소비자 보호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이 거론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그럴 수 있다”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금감원이 민간기관으로 남기 위한 조건 몇 가지를 제시했고 그것들을 개선한 뒤 다시 보자고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